
식품·외식업계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경영 효율과 소비자 경험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매장 운영부터 제품 개발, 구매·물류·경영 관리까지 AI가 스며들어 업계 전반의 체질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며 경영 전반의 디지털 혁신에 나섰다. 이번 ‘차세대 ERP’은 표준화·지능화·속도(3S) 전략을 핵심으로 삼아, 그룹 내 분산돼 있던 데이터와 업무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
SPC그룹은 기존에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던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해 정보의 흐름을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관리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해외 사업을 확장할 때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업무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디지털화하는 등 지능형 운영 체계도 강화했다.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시각화 기능을 더해 경영진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 점도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차세대 ERP 시스템 구축으로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IT 및 AI(인공지능)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디지털화를 실현하고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식업계 전반에서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설렁탕 프랜차이즈 한촌설렁탕은 AI를 기반으로 한 발주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매장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전 매장에 ‘AI 스마트 발주 시스템’을 도입해 매출과 재고, 날씨, 요일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한 뒤 당일 최적 발주량을 자동으로 추천받는다. 그동안 점주가 직접 계산하고 관리하던 발주량을 AI가 예측해 제안하는 구조다. 재고 확인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과발주로 인한 신선도 저하나 비용 손실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본사는 이를 ‘가맹점 상생형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발주·재고 입력 체계를 일관되게 관리하며 AI 모델의 정교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점주 전용 앱을 통해 AI 경영 진단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맹점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AI가 매장 운영 효율화를 넘어 소비자 경험 혁신으로 확장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SPC그룹의 배스킨라빈스는 AI 기술을 제품 개발과 맞춤형 추천 서비스에 접목한 ‘미래형 매장’ 청담점을 운영 중이다. 이 매장에서는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해 ‘오미자 오렌지 소르베’, ‘시크릿’ 등 AI가 제안한 새로운 플레이버를 선보였다.
고객 맞춤형 추천 서비스 ‘플레이버 아이디’(Flavor ID)도 운영 중이다. AI가 설문과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아이스크림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청담점은 브랜드 실험과 확산을 주도하는 거점 매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AI 활용 맞춤형 서비스는 온라인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자사몰 ‘CJ더마켓’에 생성형 AI 기반 검색 서비스 ‘Fai’(파이)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오늘 저녁 뭐 먹지?’처럼 단순한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상황에 맞는 메뉴와 제품을 추천해준다.
상품명을 정확히 몰라도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고, 영양 성분·알레르기 유발 물질 등 세부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AI가 사용자의 구매 이력과 식습관을 학습해 개인화된 식품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AI가 외식업의 운영 방식은 물론, 소비자와의 소통 구조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는 이제 외식업계의 선택지가 아닌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중심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