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쿼터 축소에 韓철강 고민 가중…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EU 쿼터 축소에 韓철강 고민 가중…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기사승인 2025-10-10 17:15:11
유럽연합(EU) 깃발. 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철강 무관세 쿼터를 절반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2배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이어 ‘EU 쿼터 축소’까지 겹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대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EU 전체 철강 수입 쿼터는 기존 연간 3053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47% 축소되고, 초과 물량에는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2018년부터 시행된 기존 세이프가드가 내년 6월 종료됨에 따라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EU는 이번 쿼터 축소 조치가 역내 철강산업 성장과 자국 일자리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가 중국산 저가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자 해당 물량이 EU 시장으로 대거 유입돼 유럽 산업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쿼터 축소가 현실화할 경우 무관세 허용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한국의 EU 수출 부담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유럽과 미국은 현재 한국의 철강 수출 최대 국가로, EU 수출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281만톤을 훨씬 웃도는 약 381만톤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이 지난 3월 철강 품목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한 이후 한국의 철강 수출은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어, EU 무역장벽 강화에 대한 악영향 또한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중간재 역할을 하는 철강산업은 거의 모든 산업과 맞닿아 있어 전 세계를 수출 대상 시장으로 삼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과 EU의 관세 강화와 함께 글로벌 자국주의 무역 기조가 확산하면서 신흥시장 개척 등 수출 시장 다변화 집중 전략의 필요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철강 수출국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공급망 재편 압력도 받는 상황”이라며 “신흥시장 개척과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기술력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아울러, 내수만으로 자국 철강 수요가 완전히 흡수되기 어려운 EU 시장 특성상, 여전히 필요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이기에 개별 수출 협상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U가 쿼터 축소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부의 FTA 협상력에 따라 일부 품목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아무리 시장 다변화를 촉진하더라도 미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주요 시장의 규모가 EU를 완전히 대체하기엔 어렵다”며 “정책 가동까지 1년가량 남았기에 한-EU FTA 규범을 활용해 개별국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예외 인정 협상을 끌어내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1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EU의 신규 저율관세할당 제도에 대응할 정부 방향을 논의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EU와의 양자 협상에서 FTA 체결국으로서의 지위를 적극 반영할 것”이라며 “수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원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후속 지원 조치의 세부 운영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법안 이행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정부, 협회 등과 긴밀히 협력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미·일·중과의 대EU 수출경쟁 구도에 당장은 큰 변화가 없겠으나, 개별국 협상이 진행되면 국가 간 차등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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