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전북자치도의 ‘추석 민심’

[편집자시선]전북자치도의 ‘추석 민심’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추석…정치권과 현장 민심 괴리
완주·전주 통합, 새만금공항, 하계올림픽 난제 해결 기대

기사승인 2025-10-14 11:44:47

최장 10일간 이어진 추석 황금연휴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며 추석 민심이 어떠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맞이한 추석은 지난해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혐오가 조금 걷히는 분위기였고, 도민과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의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뚜렷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은 ‘내란종식’과 ‘사법개혁’을 통한 ‘국정안정’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고, 도민들은 ‘민생 회복’과 소위 ‘먹고사는 문제’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가 앞섰다. 도민들은 지역 발전의 가시적 성과를 강력히 바랐지만 정치인들은 정권교체 이후 나아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전북특별자치도는 내각에 전북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는 등 정치권이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고 있지만 도민들이 실감하는 현안들에 대한 진전과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아 기대 이하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정치인들은 성장하되 지역은 정체되어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출향 도민들은 여전히 점점 쇠퇴하고 작아지는 고향의 모습이 속상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지역 정치권과 현장 민심의 괴리가 상당히 커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전북자치도에는 ‘말은 많되 되지도 않는 현안’들이 많다. 30년째 허덕이고 있는 새만금 개발부터 금융중심지 지정, 공공의대 설립 등 해묵은 과제는 제쳐 놓더라도 최근 부상한 ‘3대 난제’의 해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먼저 완주·전주 통합의 경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6자회담을 통해 중재에 나섰지만 통합 성사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행안부에서 조만간 갈등 해결을 위해 11월 주민투표 권고를 내릴 것으로 보이나 투표 결과를 따라 다시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크다. 통합을 주도한 전북자치도의 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착공을 고작 2개월 남긴 시점에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조류충돌 위험과 생태계 파괴 조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고 경제성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즉각 항소했으나 환경단체는 사업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집행정지 인용되면 공항 건설 향후 절차는 전면 중지된다. 

2036년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도 안개 속으로 빠지는 모양새로 더 심각하다. 서울을 누르고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되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난항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소한의 재정투자를 통해 전북지역 중심 대회 운영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전북자치도는 ‘지방연대' 카드를 제안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도 올림픽 유치 지원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윤준병 의원은 올림픽 유치 추진 상황을 두고 ‘엉망진창’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 추석에는 민생에 더해 내년에 치러지는 6·3지방선거에 대한 대화가 많았다. 내년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에 대한 평가이기도 한 만큼 관심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도지사 선거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이 술렁였다. 

당초 김관영 도지사와 안호영 국회의원 양자구도로 예상됐던 도지사 선거에 이원택 국회의원과 정헌율 익산시장이 가세하면서 4자 구도로 재편됐다. 여기에 김윤덕 건설부 장관의 거취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전북자치도의 이번 추석은 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도민이 지지하는 정권이 창출되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고 여전히 기다림의 시간이다. 그러나 기다림도 너무 길어지면 반발과 저항을 부른다. 현역 단체장과 정치인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지만 도민들의 마음은 선뜻 내키지 않는 모양새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실행력이다. 변화가 없을 때 민심은 냉담하고 실천 없는 약속에는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는다. ‘지역 발전’이라는 말이 더 이상 공허하게 들리지 않도록 결과로 이어지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민들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쇠락하는 전북 공동체 살리기에 헌신하는 정치를 기대한다.

전북 정치권과 전북 출신 고위공직자들이 약진했듯이 정치인 개인의 성공에 그치지 말고, ‘전북의 성공’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전북자치도민의 추석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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