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없는 원외탕전실…“한약 무분별 판매·관리 부실 심각” [2025 국감]

한의사 없는 원외탕전실…“한약 무분별 판매·관리 부실 심각” [2025 국감]

127개 원외탕전실 중 21곳만 인증
기업형 한방병원 한약 대량 사전 조제 가속
건기식 업체서 한약 제조·유통

기사승인 2025-10-15 13:09:02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의원 밖에서 약을 짓는 미인증 원외탕전실에서 대량 한약 조제와 무자격자 탕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보건복지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원외탕전실 관리 부실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 사전 조제 첩약은 적발이 돼도 실효성 있게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현지 조사를 하더라도 처분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지난 2009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한방병원·한의원이 원내·원외탕전실을 의료 부속시설로 외부에 별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18년에 들어선 원외탕전실의 현황과 상태를 파악하는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전국 127개의 원외탕전실 가운데 정부의 인증을 받은 곳은 21곳(16.5%)에 불과하다. 또 의료기관과 원외탕전실의 소재지가 불일치하는 경우는 48건으로, 미인증 시설 106곳은 대부분 다른 한의원과 탕전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상황이다.

유명 한방병원 원외탕전실조차 전담 근무 한의사가 없는 곳이 많다. 실상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탕전원 등 무자격자에 의해 한약이 조제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한약소비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자격자 한약조제율이 한의원은 47.9%, 한방병원은 33.7%였다. 원외탕전실 한약 조제 전담인력 현황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부는 3년마다 한약소비실태조사를 실시해 탕전실 조제 전담인력 배치 현황 조사를 해왔지만, 지난 2020년부터 현황 조사 항목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은 “복지부가 2009년에 원외탕전실을 허용하면서 기업형 한방병원의 한약 대량 사전 조제가 가속화됐다”면서 “127개 원외탕전실 중 인증된 곳은 21곳뿐이다. 의료기관과 원외탕전실 소재지 불일치율이 서울은 60%나 된다”고 짚었다.

이어 “전 국민이 알만한 유명한 한방병원 원외탕전실조차 전담 근무 한의사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며 “조제 전담인력 조사항목이 삭제된 이유를 확인하고 원상복구해야 한다. 복지부가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인증 의무화 및 조제 인력 신고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조제 전담인력 조사항목이 변경된 것은 이유를 확인하고 탕전실에 적정 인력이 근무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제 한약이 의약품으로 분류되면서도 허가·광고·제조 기준 등 일반의약품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조제 한약을 비대면으로 처방·결제하고, 동일 물류창고에서 건기식과 한약을 함께 발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제 한약의 제조·유통이 사실상 건기식 업체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셈인데, 이는 불법 소지가 있다는 게 이 의원의 분석이다.

이 의원은 “이런 조제 한약은 성분, 용량, 주의 사항 표시도 없고, 소비자는 ‘한의사 처방’이라는 문구만 믿고 비싼 가격에 구입한다”며 “맞춤형 의료행위라는 이유로 광고까지 허용된 것은 심각한 제도적 허점이다”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조제 한약이 의료행위로 분류되면서 약품 수준의 규제가 미흡한 상태라고 인정하며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지적한 문제는 오래된 과제다. 사전 조제, 무자격 조제, 조제 한약의 유통 등은 모두 구조적인 문제로 단편적 대응이 어렵다”라면서 “관계 부처와 협의해 실효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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