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에 부담으로 작용해온 할인율 규제를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금리 변동의 영향을 완충하기 위해 듀레이션 규제도 새로 도입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6일 오전 손해보험협회에서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및 20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보험산업이 장기적 운용수익을 기반으로 생산적 금융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건전성 규제의 틀을 바꿔 나가고자 한다”며 관련 정책을 제시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 부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보험업계와 만난 자리다.
이 위원장은 “시장 여건 변화를 고려해 최종관찰만기 확대를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관찰만기는 보험부채 할인율을 산정할 때 국고채 수익률 등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구간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부채를 시장금리에 기반해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2027년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업계는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시행 유예를 요청해왔다. 시행 시점이 미뤄지면서 보험사들은 단기적인 부채 부담을 다소 덜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대신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이를 줄이기 위해 듀레이션 규제를 병행 도입한다. 이 위원장은 “할인율 완화 과정에서 제도를 보완할 수 있도록 경영실태평가에 듀레이션 갭 지표를 신설해 금리 변동에 취약한 보험사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위는 보험산업의 생산적 금융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책도 병행한다. 실질적으로 위험이 완화되는 부문에 대해 위험계수를 조정해 장기투자 여건을 마련한다. 첨단전략산업 인프라 등 실물경제 분야의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현금흐름 매칭 조정 등 투자 구조 개선 방안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실물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분투자, 대출, 펀드투자 관련 규제 합리화 과제를 지속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보험업계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저출산 극복 지원 3종 세트’에 대해서도 감사를 전했다. 저출산 극복 지원 3종 세트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지자체 상생상품에 이어 보험업계가 선보이는 세 번째 국민 체감형 상생상품이다. 출산·육아로 인한 가계 소득 감소로 생긴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어린이보험 보험료 할인 △보험료 납입 유예 △보험계약대출 상환 유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각 보험사는 전산개발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일제히 시행할 예정이다. 연간 약 1200억원 규모의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가 기대된다.
이 위원장은 “소비자 보호라는 큰 틀에서 최근 보험업권의 상생 노력은 고무적”이라며 “이런 상생 노력이 퇴색되지 않기 위해 소비자 보호 전반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수수료 개편을 연내 마무리하고,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주요 과제들을 내년 초까지 정비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하나하나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