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제보자인 백해룡 경정이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팀(합수팀)에 파견된 첫날부터 “위법하게 구성된 불법단체”라고 비판했다.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검찰이 수사의 주체가 되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며 파견 명령 이행에 대한 고뇌를 드러냈다.
백 경정은 16일 오전 서울동부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합동수사팀은 위법하게 구성된 불법단체라고 주장해왔는데 그곳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공직자로서 신념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수사 대상이다. 검찰 최고 지휘부가 외압 의혹과 관련돼 있다”며 “수사 책임자가 권력자로부터 외압을 받으면 외압을 행사한 사람까지 수사해야 한다. 피해당사자를 수사에서 분리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의 소통 여부를 묻는 말에는 “소통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인사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공무원의 의무”라며 “출근 의무가 있어 출근한 것”이라고 했다.
백 경정은 기자들과의 인터뷰 중 울먹이거나 주먹을 쥐는 등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평소 명예롭게 퇴직하신 선배들을 굉장히 존경해왔다”며 “그 길을 제가 조용히 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일단 출근하고 생각을 정리해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백 경정은 2023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인천세관 직원이 연루된 마약 밀수 사건을 수사하며 윗선으로부터 수사 축소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의 폭로로 촉발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은 검찰과 경찰 모두를 수사 대상으로 올려놓으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백 경정을 서울동부지검 합수팀에 파견해 진상규명을 보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외압 의혹의 당사자이자 제보자라는 점을 고려해, 기존 합수팀과 별개로 5명의 전담 수사팀을 꾸려 ‘외압’을 제외한 부분을 맡기기로 했다.
백 경정의 ‘불법단체’ 발언으로 합수팀의 정당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