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참맛 본 로운, 기대되는 ‘써티 섹시’ [쿠키인터뷰]

연기 참맛 본 로운, 기대되는 ‘써티 섹시’ [쿠키인터뷰]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탁류’ 주연 로운 인터뷰

기사승인 2025-10-17 06:00:30 업데이트 2025-10-17 09:16:34
배우 로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꽃도령’이 아닌 ‘상남자’였다. 호탕한 웃음에 거침없는 입담, 190㎝의 키만큼 시원시원한 성격이 매력적이었다. 으레 조심스럽게 드러낼 법한 연기 열정이나 성장 욕구도 넉살 좋게 내보였다. 특히 영어를 배워서 꼭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단다. 15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로운(29)은 이처럼 건강한 청년의 인상이었다.

지난 9월26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탁류’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판이했다.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둘러싸고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각기 다른 꿈을 꿨던 이들의 액션 드라마다. 극중 로운은 마포 나루터 왈패 장시율로 분해, 거칠고 과묵한 인물을 이질감 없이 그려냈다.

“‘이런 작품이 드디어 내게 왔구나’ 하며 너무 신났죠. 꽃도령, 변호사…. 뽀얀 메이크업에 입술도 칠하고 각 잡는 역할만 했어요. 제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누군가는 봐줬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는다는 외로움이 있었거든요. 잘생김이 오래 가면 좋겠지만 오래 가지 않잖아요. 변신에 목말라 있었어요.”

같은 사극이어도 전작 ‘혼례대첩’에서는 비단옷만 입었다면, ‘탁류’ 속 의상 대부분은 넝마였다. 급격히 신분이 추락한 셈인데 오히려 더 편했단다. 로운은 “도련님보다는 왈패가 맞지 않나 한다”며 만족했다.

“실내 촬영이 거의 없었어요. 98% 야외였는데 옷이 편하니까 길바닥에 앉아 있는 거예요. 밥을 먹을 때도 테이블이 꽉 차 있으면 바닥에 앉아서 먹고요. 여름에도 더우면 배 까고 누워 있었어요. 그렇게 총 세 벌로 9부까지 촬영했어요. 사실 갈아입는 게 좋지 않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오히려 저는 갈아 입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괜한 치기는 아니었다. 일리 있는 캐릭터 해석에 따른 것이었다. 로운에 따르면, 장시율은 사랑이 결핍된 인물이다. “드라마는 캐릭터의 결핍에서 시작하는데, 장시율의 결핍은 사랑이에요. 이름이 불려서도 안 되고 집도 없죠. 이름과 집이 없는 사람은 어쩌면 사람이 아닐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이름과 집이 인간에게 필요한 소속감이니까요. 그래서 껍데기 같은 표현을 하려고 했어요. 나무껍질 같은 질감을 내고 싶었어요.”

‘탁류’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이 연출했고, 드라마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집필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천 작가의 대본에 매료돼 출연을 결심한 로운은 섬세하면서도 자유도 높은 추 감독의 현장에 또 한 번 반한 모양새였다. “하루에 두 신을 찍으면 많이 찍는 거였어요. 감독님은 늘 ‘연기가 안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이것도 좋으니까 다른 것도 해보자’고 해주셨어요.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니까 연기하기 자유로웠죠.”

더 나아가 추 감독과의 작업은 로운이 배우 활동에 대한 확신을 얻는 계기가 됐다. “감독님이 정말 꼼꼼하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을지 테스트해보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즐길 수 있다면 제가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 거고 오랫동안 할 수 있다는 거니까요. 그런데 모든 순간이 너무 재밌었어요. 감독님이 회마다 기승전결이 있게끔 디자인하셨는데, 제가 어떤 신에서 우발적인 감정이 들 때마다 어땠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의견을 반영해 신을 바꿔주시기도 했어요.”

배우 로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로운은 이렇듯 현장에서 맛본 기쁨을 동료들과 나누며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촬영이 끝날 때마다 ‘탁류 맛있다!’ 외쳤어요. 진짜 재밌었거든요. 그리고 모두 지치지 않기 위해 하품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하품은 옮잖아요. 제가 지치면 다 지칠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 뛰어다녔어요. 소리 지르고 현장에 있으면서 부대끼고. 모든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즐거운 현장이 되길 바랐어요.”

이젠 아이돌보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훨씬 더 잘 붙는 그였다. 특히나 ‘탁류’를 통해 캐릭터 스펙트럼을 넓히는 재미를 경험한 그는 기운이 넘쳐 보였다. “촬영 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하고 초조할 때도 있는데 그 시간조차 현장에 가면 보상을 받는 느낌이에요. 이만큼 매력적인 직업이 또 있을까요.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서 배우는 게 있다는 점도 좋아요. 맡고 싶은 배역이 딱히 있다기 보다 어떤 캐릭터든 믿고 맡겨주시면 좋겠어요.”

‘탁류’는 로운의 20대 마지막 작품이다. 27일 군 입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했던 삶에 잠시 쉼표를 찍게 된 그는 “남과 비교하면서 저를 못살게 굴었다. 힘든 20대 초반을 보냈는데 연기가 재밌다고 느낀 순간부터 마음이 편해졌다”며 지난날을 돌아봤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촬영 때 (이)현욱 형한테 ‘이 역할을 다른 배우가 하면 잘했겠지?’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형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네가 하면 네 캐릭터고 그 사람이 하면 그 사람 캐릭터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편안해졌어요. 욕심이 충족되지 않아 불만이 가득했던 20대 중반을 지나, 이젠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제 자신을 위할 줄 아는 스물아홉이 된 것 같아요.”

전역 후 30대가 돼 돌아올 로운은 ‘섹시’할 예정이다. 다만 그가 말하는 섹시함은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저를 믿게 된 만큼 다가오는 30대에는 여유로워질 것 같아요. ‘열심히만 한다면 누군가는 나를 봐주고 있을 거야’라며 도장깨기 하듯 걸어갈 것 같아요. 진지하게 너무 섹시할 것 같아요(웃음). 사람이 주는 기운이라는 게 있잖아요. 친구들이 늘 제가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타고 났다고, 뭘 해도 잘 될 거라고 했었어요. 한동안 인정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믿게 됐어요. 계속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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