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어요. 대신 그 부담감만큼 저도 모를 열정이 솟구쳤던 것 같아요. 잠을 줄여가면서 대본을 보고, 승마와 서예를 연습했죠.” 배우 이채민(25)이 박성훈의 배턴을 급히 이어받아 합류했던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일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같이 밝히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가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 소유자인 왕을 만나며 벌어지는 서바이벌 판타지 로코다. 지난달 28일 자체 최고 시청률 17.1%(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채민은 극중 연희군 이헌 역을 맡아 작품의 인기를 견인했다. 특히 갑작스럽게 투입됐다는 사실을 잊을 만한 그의 캐릭터 소화력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열과 성을 다해서 찍은 작품 중 하나예요. 여러모로 제게 많은 선물을 준 작품이기도 하고요. 잘되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었지만 이럴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했어요. 그래서 의아하면서도 더 값진 결과 같아요. 당시 ‘바니와 오빠들’을 찍는 중이어서 한 달 정도는 겹쳐서 촬영해야 했어요. 시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없었고,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됐죠. 하지만 차로 이동할 때만 자면서, 짧은 시간 내 최선의 결과를 낳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번이 이채민의 첫 사극 도전이었다는 점도 놀랍다. 당연히 부담은 배가 됐다. 그는 장태유 감독, 선배 배우들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감독님께서 그룹 리딩을 할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윤아 선배님을 비롯해 모든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고요. 어떤 장르가 됐든 부담은 늘 있었지만, 사극은 제대로 소화해 본 적이 없는 장르여서 기대되면서도 두려움이 컸어요. 여러 사극을 영상 자료 삼아 참고해서 보고, 또 먹는 게 중요하니까 먹방 등 음식과 관련된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해보기도 했어요.”
이채민의 말대로 타고난 미식가 이헌의 맛 표현은 ‘폭군의 셰프’ 표 코미디의 핵심이라 상당히 주요했다. 이 가운데 관련 신들은 대부분 CG(컴퓨터그래픽) 처리가 됐다. CG를 상상하면서 적합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는 뜻이다. 어려운 미션이지만 그는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안방에 웃음을 안겼다.
“이헌으로서 해야만 한다고, 리액션을 못하면 피해를 끼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인드컨트롤을 계속 했죠. 그리고 대본에 어느 정도 설명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신을 만들어갔어요. 특히 명과의 경합 때는 김형묵(우곤 역) 선배님이 아이디어가 많으셨어요. 영향을 많이 받았죠. 지고 싶지 않았거든요(웃음).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있었는데 구세주처럼 나타나 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실제로 먹는 것을 즐긴단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돈가스다. “지역별로 맛집을 찾아서 삼시세끼 돈가스를 먹은 적이 있어요. 소울푸드예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데, 저는 현장에서도 커틀릿이 제일 맛있었어요. 사실 모든 음식이 현장에서 만들어져서 맛있었어요. 고기를 좋아해서 우대갈비, 비프 부르기뇽도 맛있었어요. 흑임자, 쑥, 인절미 이런 맛을 좋아하는데 이 마카롱들은 따로 챙겼어요(웃음).”
이채민이 먹었다면, 요리는 셰프에서 대령숙수가 된 연지영으로 분한 윤아가 했다. 윤아는 올해 35세로, 두 사람은 10살 차지만 모두를 설득시키는 로맨스 호흡을 보여주면서 호평받았다. “사실 나이 차에 대한 생각을 촬영에 들어간 후부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케미스트리가 정말 좋았거든요. 선배님이 친근하게 다가와 주신 덕분이었어요. 실제 관계성이 연기에서도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편안해지면서 호흡이 살았던 것 같아요. 팬이었던 선배님과 함께 작품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헌과 연지영의 로맨스는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설명되지 않아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채민은 만족감을 내비쳤다. “작품의 후반부이자 촬영의 후반부여서 저는 이헌의 감정 대부분이 공감됐어요. 그래서 결말이 되게 감동적이었고요. 이헌이 현대로 넘어가서 지영과 재회하고 ‘비빈 밥’을 아침마다 만들어 주겠다는 약조를 지킬 수 있게 된 것도 만족스러웠어요. 궁금증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사랑의 힘이 무한했다고 생각해요. 그 힘을 망운록이 알아준 거 아닐까요.”
‘폭군의 셰프’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채민은 이헌 못지않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차기작 대본만 30개 이상 들어왔다는 설이 돌 정도다. 더 조심스러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항상 존재하지만, 유독 이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이 큰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신중하게 생각하려고 하는데, 역발상으로 그런 부담이 제게 동기부여가 돼서 열정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무엇보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 상황에 맞게 변화하며 연기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