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성·귀경길 ‘졸음쉼터’ 사고…책임은 누구 몫?

추석 귀성·귀경길 ‘졸음쉼터’ 사고…책임은 누구 몫?

안전시설 ‘졸음쉼터’가 오히려 분쟁 유발…제한적인 당국 책임론도
전문가들 “관리 주체 안전장치 구조 개선 및 안내 강화해야”

기사승인 2025-10-07 06:00:10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졸음쉼터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민족 대이동이 펼쳐지는 추석 연휴. 피로가 쌓인 운전자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이 있다. 바로 ‘졸음쉼터’다.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안전시설이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사고 위험과 책임 공방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공간이 ‘책임 사각지대’로

추석 연휴에는 장거리 운전으로 졸음운전과 2차 사고에 특히 취약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설·추석 연휴 교통사고는 총 167건 발생했다. 이 중 졸음·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고가 109건(65.3%)이었다.  같은 기간 명절 교통사고로 총 13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3명은 일반 사고보다 치사율이 6배 이상 높은 2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문제는 이런 사고를 예방해야 할 졸음쉼터가 또 다른 위험지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졸음쉼터는 단순 주차장이 아니라 임시 휴게 공간으로 분류된다. 짧고 급격한 진·출입로, 불분명한 내부 동선, 부족한 조명 등 구조적 문제를 가진 곳이 많아 진입·후진·끼어들기 과정에서 추돌사고가 잦다.

실제로 졸음쉼터에서는 명절 연휴 기간에 진입 차량과 후진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때 피해자 측이 시설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분쟁 과정에서는 운전자 부주의가 더 큰 과실로 책정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현재 고속도로 졸음쉼터의 관리 주체는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다. 하지만 시설 관리상의 중대한 하자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쉼터 내 사고에 대한 관리 주체의 책임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사고가 운전자 부주의로 귀결되는 탓에 피해자는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책임 공방에 휘말리기 쉽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들은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민수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졸음쉼터 설치·관리상 하자가 사고 원인이 된 경우라면 민법상 ‘영조물 설치·관리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은 운전자의 과실이 우선적으로 고려돼 관리 주체의 책임이 인정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시설 개선·안내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관리 주체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허억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장은 “졸음쉼터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만큼 사고 사례를 유형화해 운전자에게 알리고, 보차도 분리대·과속 방지턱 등 안전장치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며 “진입 시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사고 발생 시 즉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졸음쉼터 내 사고 예방을 위해 안내 표지와 차로 유도 컬러레인 등 안전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고 발생 시 현장 안전관리와 처리 지원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과실 비율 산정 등 분쟁 해결은 보험사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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