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등록금 인상’ 외치던 총장들…3년째 특급호텔서 회의

[단독] ‘등록금 인상’ 외치던 총장들…3년째 특급호텔서 회의

대교협, 파라다이스·하얏트·조선 등 23차례 호텔 회의에 6억5000만원 지출
백승아 “학생 등록금 방만 운영 중단해야”

기사승인 2025-10-16 18:02:04 업데이트 2025-10-16 18:40:42
서울의 한 대학 교정을 걷고 있는 학생들, 기사와 무관. 쿠키뉴스 자료사진

대학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던 대학 총장들이, 학생 등록금으로 마련된 회비를 이용해 5성급 호텔에서 회의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회의비 대부분이 회원대학이 낸 회비(등록금 회계)에서 지출됐고, 회비 인상 뒤에도 ‘호텔 회의 관행’은 줄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열린 대교협 이사회·정기총회·총장세미나 24차례 중 23차례가 호텔에서 진행됐다.

이 기간 회의비로 집행된 금액은 총 6억5600만원이다. 각 대학은 대교협 회비를 통상 학생 등록금으로 조성된 등록금 회계에서 납부한다.

대교협은 학령인구 감소로 회비 수입이 줄었다며 2024년 회비 인상을 단행했다. 대학 기본회비(기존 300만원)를 학교 규모별 5단계 체제로 조정하고, 학생 1인당 부담액도 2100원에서 2300원으로 올렸다. 그 결과 회비 수입은 2023년 35억원에서 2024년 40억원으로 약 5억원(14%) 증가했다.

하지만 호텔 회의는 오히려 늘었다. 2024년 2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열린 이사회 7회, 총장세미나 2회, 정기총회 1회 모두 호텔에서 열렸다. 여기에는 약 3억원이 회비에서 지출됐다.

특히 행사비 내역을 보면 ‘사치성 회의’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2023년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하계총장세미나의 임원 숙박비는 1인당 최고 68만800원(2박)으로 대학생 한 달 월세에 맞먹었다.

2025년 정기총회(서울 웨스틴조선호텔)는 대관료만 1520만원, 1인당 식대는 19만2170원으로 기록됐다.

최근 3년간 대교협 정기총회·총장세미나 평균 대관료는 1308만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최저시급(1만30원) 기준으로 아르바이트생이 1300시간 넘게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대교협은 올해도 6월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하계총장세미나를 열어 1억원 이상(1026만원) 지출했다. 앞서 2024년 세미나 장소는 인천 그랜드하얏트, 2023년은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2022년은 대구 인터불고였다.

백승아 의원은 “학생과 학부모는 등록금 인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대교협은 등록금 회비로 호텔 회의를 이어왔다”며 “대학 재정난을 핑계로 방만 운영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등록금은 가정의 희생으로 마련된 소중한 재원인 만큼, 대교협은 즉시 낭비성 지출을 중단하고 운영 전반을 투명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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