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유-무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전장이 대세입니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ADEX) 2025 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관계자는 K-방산 기술의 경쟁력에 대해 “AI를 통한 상황 분석과 전략 수립이 전장의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며 “소형 발사체를 통해 정확성을 높이고, 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강력한 무기들을 동원해 정밀 타격이 가능해지는 셈”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K-방산의 미래 비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항공우주 방산전시회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ADEX) 2025’가 20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했다. 앞서 지난 17일-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퍼블릭 데이’와 별도로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분야 종사자 및 만 19세 이상 관람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아덱스는 총 35개국 600개 업체가 2800개 부스를 마련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실제로 K-방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ADEX 참가국과 참가업체가 계속 증가해 지난해보다 50여 곳이 늘었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전 아덱스(2023 개최)에서 체결·협의가 이뤄진 수출 규모는 294억 달러(한화 약 41조 8126억원)였는데, 업계는 올해 300억 달러(역 42조 6660억원)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서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은 AI와 유무인 복합체계를 미래 전장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현대로템은 전시장에서 AI·수소모빌리티의 대표 전시품으로 수소연료전지 기반 무인 모빌리티 전동화 플랫폼인 ‘블랙 베일(Black Veil)’을 최초로 선보인다. 기존 주력 제품군인 차륜형장갑차에 수소 플랫폼을 장착한 수소 차륜형장갑차도 함께 전시된다. 현대로템은 차륜형장갑차의 수소연료전지 및 전동화 추진시스템 적용기술을 현재 개발 중이며, 의무용 차륜형의무후송차량, 야전 지휘용 차륜형지휘소용차량 등 계열화 모델들은 상용화를 시작한 바 있다.

무인 플랫폼뿐 아니라 K2 모형에 탑승해 전장을 체험해볼 수 있는 VR 기기도 현장에서 운용되고 있었다. 관람객들이 전장 상황 속에서 활용되는 K-기술의 역량을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로템 정호승 장갑차 체계팀 연구원은 “지뢰 등을 피하는 등 하부 방호력이 강화된 페루형 모델이 개발 완료돼 내년에 수출할 예정이다”라며 “최첨단 항공 무기 뿐 아니라 강화된 지상 무기 수출도 더욱 확대해 우리 기술로 만들어가는 K-방산의 위상을 드높이겠다”고 말했다.

K-방산의 또 다른 축인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KAI가 AI 기반의 차세대 공중전투체계를 선보이며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KAI는 전시장에서 KINTEX 전시현장을 미래 전장 환경으로 구성해, 육,해,공 각 군 특성에 맞춘 차세대공중전투체계 개념을 소개한다. AI 파일럿이 탑재된 시뮬레이터와 AAP 무인기 등 신기술 또한 새롭게 공개된다. KAI 관계자는 “올해 ADEX의 KAI 전시장은 고정익, 회전익, 우주 등 다양한 zone 으로 구성해 방문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며 “각 전력이 통합적으로 운용되는 대한민국 미래 공중전장을 상상하게 하도록 꾸며놓았다”고 설명했다.

고정익 Zone에는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KF-21의 비행 및 무장 기동이 LED 배경과 상호 호완되어 상영되는 특별한 전시물이 설치됐다. 회전익 Zone에는 LAH 실물기가 전시되어 육군항공의 새로운 전력을 국민들이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M&S Zone에서는 AI가 탑재된 파일럿과 직접 도그파이트를 겨뤄볼 수 있는 ACP시뮬레이터도 체험할 수 있다.

한화그룹 방산 3사는 '국방 소버린 AI' 비전을 중심으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방산 3사는 킨텍스 제2전시장 9홀에서 역대 최대인 1960㎡ 규모로 통합관을 운영한다. 한화그룹은 이번 전시회에서 개별 무기 전시를 넘어,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국방 소버린 AI' 구축 비전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지상에서는 '테미스-K'를 비롯한 무인 차량과 완전 무인화를 목표로 하는 K9A3 자주포 로드맵을 선보였고, 해상에서는 AI가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차세대 전략 수상함'과 '스마트 배틀십'을 공개했다. 여기에 초고해상도 SAR 위성을 통한 감시정찰 능력을 과시하면서, 이 모든 첨단 무기체계가 '탐지-지휘-타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해 자주국방에 기여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한화오션 백인찬 특수선영업지원팀 특수선기획담당 팀장은 “탐지, 지휘통제, 타격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첨단 무기체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업이 수직 계열화돼있어 빠른 의사 판단과 고객 니즈에 맞게 신속 대응할 수 있는 것이 K-방산의 위상에 기여할 수 있는 한화만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LIG넥스원은 AI 기반 무인화 솔루션과 다층적 방공망을 필두로 미래 전장 비전을 구체화했다. “변화의 50년, 도약할 50년”이라는 주제로 미래 항공‧우주 분야를 선도할 차세대 기술과 글로벌 다층 대공망, AI기반 무인화 솔루션을 소개한다. 전시 부스는 LIG넥스원의 미래 전장 비전을 담아 다섯 가지 핵심 구역으로 구성했다. 위협 탐지(차세대 위성체계), 대공 방어(글로벌 다층대공망), 영공 장악(차세대 항공무장체계), 전장 혁신(무인화 솔루션), 통합 지휘(AI지휘통제시스템) 등이다.

LIG넥스원은 이번 전시회에서 KF-21에 탑재될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등 핵심 항공무기체계를 대거 공개하는 동시에, 적 방공망 무력화를 위한 '전자전기' 형상과 통합전자전체계를 최초로 선보이며 높은 기술력을 과시한다. 이와 더불어 L-SAM, 천궁II 등 핵심 유도무기를 기반으로 'K-방공망 벨트' 구축 비전을 제시하고, CIWS-II와 레이저 등 다층적 대드론 방어체계 솔루션도 함께 선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LIG 넥스원 연구원은 “2030년까지 일반인 상용화를 목표로 2027년 실증기 사업부터 차근 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비행 택시에 들어가는 항공 전자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K-방산의 높아진 위상에 국내외의 관심도 집중됐다. LIG넥스원은 10개 국내 협력사와 'A1 Society 연합관'을 별도로 마련해, 공동 전시를 통한 동반 성장과 K-방산 수출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만난 프랑스 업체 ‘노바 스페이스’ 소속 바이어는 “위성이 지구를 바라볼 때 결정적인 기술인 ‘자세 제어’와 같은 위성 탑재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협력할 분야가 있으면 연락을 취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K-방산 수출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입증이 관건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현장 관계자는 “북미 지역 바이어들이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이 업체의 경험과 실력을 보여주는 헤리티지이다”라며 “우주로 올라가본 경험과 실적을 입증해야 이를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편이기에 앞으로 그 부분을 제대로 보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