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계원 기자]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업계 1위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근소한 차이로 KB금융의 순익을 넘어서며 1위 수성에 성공했다. 다만 신한금융과 KB금융의 격차가 근소해 지면서 하반기에는 보유 주식 매각, 인력 감축,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업계 1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신회계제도와 보유주식 매각
상반기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익 경쟁은 일회성 요인으로 판가름 났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이 상반기 KB손보 염가매수차익 1210억원과 BCC 지분 매각 1580억원, 대손충당급 환입액 650억원 등 총 3440억원의 일회성 이익에 따라 신한금융의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의 자회사인 신한카드가 보유중인 비자카드 주식 226만 2000주(지분율 0.1%) 가운데 절반가량을 2분기 중 매각하면서, 약 800억원 가량의 일회성 이익을 실현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실적차이가 289억원에 불과한 만큼 이러한 일회성 이익은 두 금융사의 희비를 갈랐다.
금융사들의 일회성 이익은 하반기에도 계속 발생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9 시행으로 지분 매각에 따른 평가손익이 회계상 순익으로 계상되지 않는다. 이에 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대규모 지분 매각을 예고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포스코(0.3%), SK네트웍스(3.3%), KT&G(0.1%)와 비자카드의 매각 후 남은 지분을 보유중이며, KB금융은 SK(2.59%), 금호타이어(4.29%), 포스코(1.89%), 주택도시보증공사(8.59%)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
정부의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 역시 신한과 KB의 경쟁에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신한금융의 순익 가운데 신한카드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는 신한카드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영향이다.
오는 8월부터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0.8%) 적용대상이 연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고, 중소가맹점 기준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정부는 현재 0.8%의 영세가맹점 우대수수료율과 1.3%의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더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이 기록한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조8891억원 중 신한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3.4%에 달한다. 반면 KB금융의 순익 1조8602억원에서 KB카드의 비중은 8.3%에 불과하다.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익이 일회성 요인에 의해 크게 증가한 점을 감안해도,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는 신한금융의 실적증가율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카드업권에서는 내년 우대수수료율 인하가 현실화 될 경우 카드사별 20~30%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규모 희망퇴직과 판관비
인력 구조조정도 금융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국내 금융사들은 그동안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감축을 추진해 왔으며, 이를 통해 판매관리비 등의 비용을 절감해 왔다.
KB금융은 2015년 5500명, 2016년 3000명 규모의 인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추진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실시한 3000명 규모의 희망퇴직만으로 연간 2000억원 규모의 판관비 감소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다만 대규모 희망퇴직이 추진될 경우 퇴직금 지급 등에 따른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희망퇴직에 의한 판관비 감소 효과와 일회성 비용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B금융의 경우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임금피크제 대상 희망퇴직 실시를 정례화 해놓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희망퇴직을 정례화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인력 수요가 감소하는 금융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희망퇴직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대손충당금 적립,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영업 경쟁, KB금융의 CEO 연임 문제 등도 신한과 KB의 1위 경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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