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계원 기자]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지난 3년간 KB금융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안정화 됐다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지나치게 그룹 최고경영자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차기 KB금융 회장에게 필요한 자질로 제시된 가운데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지난 3년간 경영 성과는 물론 연임과 직결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 지부는 이날 여의도 KB금융 본사 앞에서 ‘KB금융 지배구조개선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회장 선임 절차의 중단과 함께 윤 회장의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국민은행 지부가 주장한 내용은 윤 회장이 지난 3년간 그룹 내 “제왕적 지위”를 구축했으며, 이로 인해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장·행장 겸직 장기화…제왕적 지위 구축 vs 조직 안정 위해 불가피
윤종규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취임할 당시부터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는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의 대립(주전산기사태)으로 흔들리는 KB금융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응급조치였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를 두고 윤 회장의 ‘1인 지배체제 굳히기’로 평가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현재 KB 금융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제왕적 CEO라며, 현재 KB 금융그룹은 여전히 은행장과 감사 자리가 공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윤 회장의 회장·행장 겸직은 물론 이를 견제할 은행 감사마저 공백으로 윤 회장에게 권력이 너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난 7월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조합원 절반 이상이 윤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며 “윤 회장은 조직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 이런 내부 반발을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 사측의 의견은 다르다. KB금융 사측은 회장과 행장의 내분 사태를 수습하고, 외풍으로부터 KB금융을 안정화 시키는 데 불가피했던 조치로 보고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주전산기사태 이후 KB금융의 안정을 위해 시간이 필요했으며, 이는 윤 회장 독단으로 결정한 바가 아니라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른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데는 과거 낙하산 문제가 일부 작용했고, 윤 회장의 겸직이 이런 낙하산 인사를 막는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면서 “감사는 상법상 감사위원회가 대체할 수 있어 공석으로 두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외이사 연임…회장 연임 포석 vs 이사회 연속성 유지
KB금융의 주전산기 사태로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점수가 낮은 2명을 교체한다는 지배구조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사외이사의 임기도 1년으로 단축했다.
문제는 지배구조개선방안과 달리 사외이사에 대한 교체가 실시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3월 KB금융은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도 1년이 아닌 2년에 한 번씩 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을 변경했다. 여기에 올해도 사외이사 전원을 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를 윤 회장의 연임과 결부해 회전문식 인사의 폐단으로 지적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임기는 당초 2년에서 KB사태를 거쳐 1년으로 단축된 것”이라며 “이런 임기를 다시 2년으로 늘리고, 2년이 넘도록 사외이사의 임기를 계속 보장해 주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이 사외이사의 연임을 보장하고,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의 연임 지원하는 회전문식 인사의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KB금융 사측은 사외이사의 교체가 성사되지 않은 것을 두고, 이사회 운영의 연속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KB금융 사측 관계자는 “지금 사외이사들은 처음에 선임할 때 충분한 검증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어렵게 모신 것으로 이사회 운영의 연속성을 위해 사외이사를 교체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KB금융의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과 같이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른 은행의 평가는…대체로 성과있었다 우세
은행권에서는 KB금융의 지배구조가 개선 됐다는 시각이 대체로 우세하다. 다만 업계에서도 회장에게 권력이 몰리는 현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A은행 관계자는 “지주 사외이사 가운데 주주의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가 포함된 점을 볼때 지배구조가 과거에 비해 한 층 개선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장과 감사 자리를 두고 낙하산 인사 이야기가 계속 나왔지만 지금까지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지 못 했다”며 “이런 측면을 보면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안정적으로 안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은행 관계자는 “윤 회장이 행장·회장 분리 계획을 밝힌 만큼 지배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겸직과 사외이사 유임이 기업의 안정이 아닌 개인의 목적을 위해 결정됐다는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반된 시각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D은행 관계자는 “윤 회장이 연임을 고려하고 지배력을 강화한 측면이 있으며, 노조는 이를 약점으로 발언력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서로 제 살 깍아먹기 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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