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 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장 선임에 대한 노조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KB사태와 연루된 인물들이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물론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노조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에서는 최근 윤 회장이 겸직하던 국민은행장직을 분리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이날 아침 “행장 겸임 문제는 이사회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이 그동안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만큼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공식적인 연임 확정 이후 회장·행장 분리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이홍 부행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내부 출신으로 과거 외부인사를 영입했다가 실패의 고배를 마신 KB의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론되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김옥찬 사장은 국민은행의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다년간 역임하며 경영기획 및 재무관리 역량을 입증한 인물로, SGI서울보증 사장을 역임하던 중 윤 회장의 권유로 다시 KB로 복귀했다. 양종희 사장은 지주 부사장 시절 재무·IR·HR 등 그룹 인사와 재무를 총괄했으며, KB손보로 자리를 옮긴 후 실적을 2배 가까이 끓어 올린 인물이다.
이홍 부행장은 기업금융과 영업그룹,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윤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등재된 인물이다. 그는 임원 중 유일하게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지우 KB캐피탈 사장과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도 유력한 후보들 가운데 하나다. 박지우 사장은 국민은행 신용카드사업그룹, 국민카드 마케팅본부, 국민은행 고객만족본부 부행장을 역임한 영업과 마케팅의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웅원 사장은 전략기획부장과 재무관리 본부장에 이어 지주사 CFO를 거친 ‘재무통’으로, 국민카드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국민카드 실적 향상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들이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되기 위한 열쇠는 윤 회장이 들고 있다. 그룹 최대 계열사의 수장으로 윤 회장과 손발을 맞춰 나가야 하는 만큼 사외이사들 역시 윤 회장의 의중을 무게 있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영향이다.
다만 노조가 선임 과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KB금융 노조 측은 국민은행장 선임에 앞서 윤 회장의 경영승계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윤 회장의 연임 절차를 먼저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박지우 사장과 윤웅원 사장 등 KB사태로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시 복귀한 이들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 지부 관계자는 “국민은행장 문제 보다 현 회장의 선임 절차에 대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회장 선임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은행장 선임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될 것으로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KB사태로 금감원의 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다시 복귀한 인사가 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철저한 인사검증을 통해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조 측이 요구하는 노동이사제가 국민은행장 선임 전에 받아들여질 경우 노조의 주장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KB금융 측 노조는 현재 11월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추천 및 정관·규정 개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될 경우 노조는 자회사 CEO를 결정하는 지배구조위원회에 대한 공식적 개입이 가능해 진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