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지난해 영업력 강화를 위해 추진한 ‘영업점 그룹화’ 이후 일선 영업점을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영업점 그룹화로 실적 압박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불만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은 모두 지난해 영업망을 ‘허브 앤 스포크(Hub&Spoke)’ 방식으로 개편했다.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은 은행 점포를 지역과 특성에 따라 소그룹으로 묶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그룹별로 달성해야할 목표를 부과하고, 그룹에 속한 영업점간의 협업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그룹별 그룹장을 임명하고, 소속 영업점에 대한 인사권 일부를 부여하는 곳도 있다.
불만은 협업을 통한 생산성 증대를 목표로 도입된 그룹화가 은행원에 대한 실적 평가 지표인 KPI(핵심성과 지표, Key Performance Indicator)와 결부되면서 발생했다. 은행원 입장에서 지점 목표 달성에 이어 그룹 목표 달성이라는 과제가 추가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화에 대한 압박은 인사 시즌을 앞두고 영업점을 책임지고 있는 지점장들이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한 지점장은 “지점장과 본부장 사이에 그룹장이 새로 생겼다. 그룹장도 그룹의 실적에 따라 KPI점수를 부여받는 만큼 실적 관리에 민감하다. 시어머니가 한명 더 생기다 보니 실적 압박이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점장 자리를 지키거나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KPI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 KPI점수를 잘 받기 위해 지점장들도 실적 압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은행들은 그룹장과 지점장을 KPI점수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하위서열 이들을 대기발령 조치하거나 후선으로 배치하고 있다.
은행들의 이러한 수익 향상 전략은 가계대출 증가와 함께 은행의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조4289억원으로 지난 2011년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과도한 실적 압박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례로 금융노조가 조합원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87%가 고객의 이익보다 은행의 KPI평가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현재의 KPI제도가 실적압박을 불러오고 있으며,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이익과 보호를 중심으로 KPI제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