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 공익위원 추천에서 정부 단독 추천권을 폐지하고, 추천권을 국회 또는 노사와 공유하는 방향으로 30년만에 최저임금제도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또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토대로 통계분석,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기 위해 9명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를 신설한다.
특히 정부는 ILO 국제기준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추가·보완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 상황이 보다 균형 있게 고려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브리핑을 통해 “최저임금이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결정될 수 있도록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며 구체적인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30년 전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 당시 그대로이다. 그러나 현재의 고용과 경제 상황은 그 당시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또한 최저임금이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지급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어 최저임금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30년간 운영되어 오면서, 노·사 간 의견 차이만 부각시키고 있는 현재의 결정체계를 개편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어떻게 바뀌나
이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관련 정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을 위해 9명의 전문가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를 신설한다.
구간설정위원회 전문가 위원은 노·사 단체가 직접 추천하거나 노·사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선정된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새롭게 추가·보완될 결정기준을 토대로 연중 상시적으로 통계분석,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하게 된다.
이 장관은 “이렇게 하면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포함된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전문가들에 의해 설정된 구간 범위 내에서 심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안을 중심으로 줄다리기 하듯이 진행돼 온 최저임금 심의과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구간설정위원회 전문가 위원 선정과정에서도 ILO 협약의 취지대로 노·사 참여가 보장되기 때문에 공정성도 담보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이번 개편에서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보완해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 상황을 보다 균형 있게 고려하도록 했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기준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이다. 하지만 개편을 통해 정부는 ILO 최저임금 결정협약 등을 반영해 결정 기준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고, 국회에도 경제성장률, 물가인상률,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기준에 추가한 법안들이 다수 제출돼 있다”며 “근로자 생활안정 측면과 경제상황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하도록 한 ILO 최저임금 결정협약 등을 반영해 고용수준, 경제상황,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결정기준에 명시적으로 추가·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에 대한 정부의 단독 추천권을 폐지하고, 국회 또는 노사와 추천권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결정위원회는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의결한 상·하한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결정위원회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와 동일하게 노·사·공익 3자 동수로 구성하되 구간설정위원회가 신설되는 만큼 전체 숫자는 15명 또는 21명으로 줄게 된다.
정부의 단독 추천권 폐지는 그동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던 공익위원에 대해서 국회가 일정규모 추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외에도 노·사 단체가 공익위원 선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천권과 순차배제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정부는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위원회에 청년·여성·정규직과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추진된다. 이재갑 장관은 “최저임금이 현재 노동시장 참여 주체인 노·사 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참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결정위원회의 근로자·사용자 위원은 현재와 같이 법률이 정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사용자위원 추천권이 있는 노사 단체가 추천하되, 현행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같은 방식으로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법률에 명문화하여 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높아질 것”
이번 개편 방안은 최저임금 결정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높여 노·사·공 합의가 촉진되고,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추진된다며 “그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반복되어 왔던 소모적인 논쟁들은 상당부분 감소될 것이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설되는 구간설정위원회는 상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실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최저임금 심의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지원하는 사무국의 기능도 더욱 보강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30여년만에 개편되는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에 대해 오는 10일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1월 중에 전문가와 노사 토론회, TV 토론회, 대국민 토론회 등을 집중 실시한다. 또 이달 21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결정체계 개편 논의 대안 등에 대한 대국민 의견수렴을 실시한다.
이재갑 장관은 “다양한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국민 여러분들께서 수긍하실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체계 개편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는 개정된 최저임금법령을 통해 현장에서 임금체계가 합리적으로 개편되도록 지원하고, 제도적인 측면에서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최저임금이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수용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전문가와 노·사, 국민 의견을 반영해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