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조선업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지만, 앞선 기사 “업계는 호황인데” 활력 잃은 조선 도시의 역설 [호황 활로에 선 지역①]에서 다룬 것처럼 정작 거제와 부산까지 효과가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기 지원에 머문 지역 정책으로는 호황의 기운이 현장에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우려다.
부산과 거제는 각각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나름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부산시는 남구 우암부두 해양산업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인프라 현대화와 중소 조선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첨단산업과의 융합으로 창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지난 5월 한화오션 부산 엔지니어링센터 개소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또 산학협력 차원에서 부산대 등 22개 지역 대학 인력을 우선 채용하고, 수도권에 편중된 지식서비스 기업 유치를 위한 정주 환경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거제시도 조선업 호황의 흐름을 살리기 위해 근로자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인력 이탈을 막고 지역 경제 안정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조선업 재직자 희망공제사업’ 등 고용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신규 입사자에게는 정착비와 기숙사비, 훈련 장려금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일자리센터 운영, 마을기업 육성 등으로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두 도시는 각기 다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부산은 산·학·연 조건을 갖추고도 정책 연계성이 부족해 파편적 성과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쿠키뉴스를 통해 “부산과 경남 간 협력이 미흡해 장기적 연계 클러스터 추진이 쉽지 않았다”며 “마스가로 지역 협력 필요성이 커진 만큼, 중앙정부가 조율자 역할을 맡아 연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도 지난해 12월 한국해양산업협회 오션이슈토크에서 “부산은 산·학·연 조건을 모두 갖췄지만, 클러스터를 적극 발전하기 위한 연결성 있는 정책 추진이 부족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거제 역시 단기적 인센티브 위주의 지원으로는 인력난과 숙련공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지역 차원 대응만으로는 호황의 효과를 흡수하기 힘든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거제 현장 근로자는 “집값도 계속 하락하고,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데, 이곳에 남을 이유가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라며 “조선소에서 장기 근로한다고 해서 삶의 조건이 더 나아지거나 전망이 있다고 느끼질 못하니, 호황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육상 플랜트업 혹은 건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함께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해사법원 설치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남권투자공사법, 해사법원과 관련된 8개 법안, 해수부 부산이전 특별법은 이번 정기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으로 당정이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동남권투자공사가 설립되면 선박 관련 기업을 발굴하고 영세 업체를 대형화해 구조조정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해사법원까지 들어서면 압류, 화물 인도, 보증, 보험 등 소송 이전 단계 업무가 지역에서 처리돼 산업 생태계가 한층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파편화됐던 부산 기자재 업체들의 체급을 키워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한 기자재업자는 “2·3차 업체로 갈수록 여건은 더 열악하다”며 “동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초강력 클러스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정책의 단기성, 연계 부족 문제와 더불어 인력 유입을 가로막는 임금·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장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서 큰 틀의 정책 재편과 지원금 병행이 있어야 장기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하용 부산연구원 실장도 “현장 업체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인력 수급 안정까지 관리해야 한다”며 “안정적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