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는 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 규제완화, 52시간과 최저임금 등 우리나라 경제·산업 분야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고용과 투자, 상생협력’을 주문하고 첨단기술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 현안이다.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주문했다.
규제완화와 관련 문 대통령은 기업운영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제혁신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형 규제박스가 시행되면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다. 정부는 또 신기술, 신사업의 시장 출시와 사업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자유토론회에서는 다양한 경제·산업계 주제에 대해 기업인들이 주요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질문하는 등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공개한 비공개 기업인들과의 주요 대화에 따르면 제완화와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답을 하기도 했으며, 관련 부처 장관들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직접 답을 제시하기도 했다.
◇규제완화,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비공개 자유토론 사회를 맡은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불편한 이야기가 있더라도 경청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KT 황창규 회장은 5G·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력으로 국가 4차산업혁명을 견인하고,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하면서 정부도 함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황 회장은 “지난 해 로밍데이터 기반의 성공적인 메르스 조기종식 사례와 같이, 비식별 개인정보를 활용해 AI와 빅데이터 사업을 활성화하고 국가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부탁했다.
SK 최태원 회장은 “혁신성장의 기본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다. 규제완화의 기본적인 배경에 ‘실패를 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2년 전에도 와서 말씀드린 적 있지만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법들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실 것인지를 저희가 알고 가면 도움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 의장은 “사회적기업, 사회적 경제에 대한 부분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중요과제다. 현재 국회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오랜 기간 묵혀있다. 통과가 안 돼 계류 중이다. 그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 회장의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된다는 말씀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통해 축적이 이뤄져야 혁신이 가능하다. 정부가 올해 R&D 예산을 20조원 이상 확보했다고 말씀 드렸는데 대체로 단기성과를 중심으로 R&D가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단기에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위주로 가고 있는데 R&D도 보다 장기적 과제, 장기적인 과제라는 것은 실패할 수도 있는 그런 과제다. 그런 실패할 수도 있는 과제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R&D 자금을 배분해서 실패를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그래서 실패해도 성실한 노력 끝에 그 결과로 실패한 것이라면 그것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인정해 주는 부분에 대해서도 과기부에서 각별히 관심 가져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장관은 “정부는 작년에 축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관련한 것들이 지금 하나하나 R&D 과제의 기획, 선정, 평가, 보상에 대한 프로세스를 법을 다 바꾼 바 있다. 그래서 현장에 빨리 그런 부분들이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G그룹 곽재선 회장도 “혁신성장에는 창의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법과 제도는 포지티브방식, 즉 ‘무엇 무엇이 되고, 다른 것은 안 된다’로 돼 있어서 창의성을 갖기 어렵다. 이것을 ‘무엇 무엇은 안 된다’는 네거티브방식으로 바꾸고, 그 외의 것은 다 된다로 바꾸어야 창의성이 생긴다”면서 “공무원들이 유연성 있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번에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면 해당 지역에서는 제한적으로 그(포지티브 방식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실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경과를 봐서 최대한 규제 체계를 바꾸어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일자리 창출과 전통산업 지원 요구도 이어져
굴로벌 무역전쟁과 국내외 경기부진 등으로 인해 기업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보다 관심을 보여달라는 당부와 함께 최근 국민적 관심이 된 미세먼지에 대한 대화도 이어졌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출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5% 늘려 202만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은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업부와 외교부, 그리고 현대자동차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인 바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협력사와의 상생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자동차 부품업계 활력 제고 방안’ 등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현대차도 협력사들에 1조7000억원을 지원하여 협력사들과의 생태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부회장은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요즘 대기문제·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위해서 전기·수소차 등에 향후 4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몽골 2700만평의 부지에 나무를 심는 식재사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도 최근 발생한 최악의 미세먼지·초미세먼저와 관련해 우려를 표하고 “수소 자동차·버스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으니 효과적이고, 조림협력사업 등도 좋은 대책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창원시 등에서 공기청정기 산업을 주력으로 특성화하고 있는 것 같다. 혹시 미세먼지와 관련된 기업들 차원의 대책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좀 들어보고 싶다”고 기업인들에게 질문했다.
이와 관련 신동우 상주상의 회장은 문 대통령의 미세먼지 질문에 대해 “질소산화물을 질소로 필터관리하여 공기를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하면 미세먼지 국내요인의 상당 부분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상주는 지역 도시라 유능한 청년 고용의 어려움이 있다. 정부의 지역 인센티브가 동일하여, 서울에서 원거리이고 도시 규모 작을 때 후한 인센티브가 있다면, 청년을 고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청년고용 인센티브로는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이 있다. 청년 고용 시 2~3년간 7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대폭 지원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지역별 차이는 두지 않고 있다. 이 제도와 별도로 수도권 이외 먼 지역에 인센티브를 강화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은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나오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일거리’가 있다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사는 나라고, 중국 등과 경쟁에서 이겨야 일거리를 만들 수 있다. 정부·기업·근로자 각자의 위치에서 일거리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도 “최저임금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노력이 필요하다. ‘주52시간’도 권장은 하되, 법적 일괄 금지는 기업에 많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전·후방 산업이 다 무너진다. 또 외국인 노동자는 숙련공이 거의 없어 외국인에 높은 임금이 적용되면 그 임금이 그 노동자들에 가지 않고 브로커들만 배불리는 일이 된다. 정책 추진 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SM그룹 우오현 회장은 “해운업은 현재 산소 호흡기를 쓰고 있는 것과 같이 어렵다. 규제 일부만 개선해도 일어설 수 있다. 해외에서 수십 척의 선박 발주를 따올 수 있는데, 재무구조만 개선되면 수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한국선박 건조를 국내에서 할 수 있게 환경조성이 필요한데, 부채비율이 조금만 높아도 자금조달이 어려워 사업추진이 어렵다. 건설 회사들의 부채비율을 개선한 사례를 참조하여 개선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최종구 위원장은 “해수부·금융위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고, 해양진흥공사 등의 장기저리자금이 지원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이 문제에 대해 재무구조 전문가와 기업이 의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장관은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등 사회현안에 대한 총괄 답변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나라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고, 임금격차가 높다는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나라의 과도한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우선 밝힌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빠르다’, ‘획일적 52시간이 아닌 유연한 운용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는 것 정부는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현장 목소리 반영해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 장관은 “이러한 보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선’이라면서 현재 공론화 절차를 진행하며 의견수렴 중이다. 52시간 근로시간은 현재 대기업의 경우 안착 중이다. 유연성을 위한 제도 보완 필요하다는 것 알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경사노위 통해 1월 논의 완료하여 2월 국회 법안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투자활성화 위해 정부·재계 힘 모아야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더 모아 어려운 경제상황을 이겨내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시됐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노력하여 내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하게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 작년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 이것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약속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개인적 이야기라면서 “두 아이 아버지로서 아이들 커가는 것 보며 젊은이들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기회, 꿈과 희망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회장은 “사회적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해결은 정부 예산으로 다 해결하기 어렵다. 현재 세법이 개정돼 기부액에 대해 비용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축소됐다. 개인 고액기부자의 경우도공제 받는 부분이 불리하다. 이 부분을 개선해 기업과 개인이 기부에 대해 선진국 수준의 세제 지원 혜택을 받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세법이 개정되었다. 고액기부를 장려하는 방향에 변화는 없다. 고액기부에 대한 세제 지원 강화하는 방안이 더 있을지 별도 검토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CJ 회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 책임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이 변화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공정위 발표에서 보듯이 기업이 자발적 노력하고 있고, 스튜어드십 코드 등도 작동 중”이라며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도 있다. 법 개정보다 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 통해 기업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 투자 확대 매진토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좋은 말씀 고맙다. 질문과 제안하신 부분 불충분하면 따로 연락해 답변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규제혁신 의지를 피력하고 여당과 노력해왔다. 기업 입장에서 속도에 아쉬움 있을 수 있다. 규제혁신 부분은 대한상의와 정부가 TF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검토하며 성과를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면서 “기업들의 과제는 우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라가 부강하게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기업에 당부 드리고 싶다. ‘투자와 혁신이 중요하다. 다시 한 번 투자와 혁신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라며 “기업은 경제적 과제와 아울러 사회적 과제 해결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에 감사한다. 사회적 경제기본법과 사회적 가치기본법이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기업도 관심을 갖고 마음을 모아 달라”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토령은 “올해 세계경기가 둔화되면서 우리 경제 어려움 있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돌파해왔다. 그런 저력을 올해도 발휘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