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독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개발하는 암, 당뇨, 희귀질환 분야의 신약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담도암 2차 치료제와 고인슐린증 치료제가 1~2년 사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해 다소 주춤했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독이 파트너사인 미국 컴퍼스 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 중인 담도암 2차 치료제 ‘HDB001A(토베시미그)’가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독은 최근 글로벌 임상 2/3상 톱라인(허가 당국에 제출한 평가 결과 요약)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국내 임상 2상에서는 표준 치료제인 ‘폴폭스’를 넘어서는 긍정적인 효능 데이터도 확보한 상태다. 한독에 따르면 현재 담도암 2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폴폭스 요법의 객관적 반응률이 4.9%에 불과한 데 반해 한독의 ‘토베미시그’는 17.1%에 달한다.
담도암 2차 치료제 분야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아 토베시미그가 상용화될 경우 시장성이 크다. 담도암은 5년 내 생존율이 29.4%, 5년 후 생존율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수술 이후 재발률은 60%나 된다. 1차 요법이 실패하고 질병이 진행된 뒤 2차 치료 요법에 들어가려 해도, 효과적 치료 옵션이 부족한 상태다. 컴퍼스 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연간 약 2만3000명의 담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 내 2차 치료제 시장의 규모가 10억 달러(한화 약 1조43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미국 관계사 레졸루트와 개발하고 있는 선천성 고인슐린증으로 인한 저혈당증 치료제 ‘RZ358(에르소데투그)’도 오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선천성 고인슐린증은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돼 저혈당증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이다. 2만5000명에서 5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천성 고인슐린증은 현재 특별히 승인된 치료법이 없어 수요가 높다. 심각한 저혈당은 단기적이고 장기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만큼 전 세계에서 개발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은 지난 1월 에르소데투그를 혁신 치료제로 지정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 효과가 임상시험 초기 단계에서 기존 치료법보다 눈에 띄게 유의미한 경우 약물의 개발 기간을 단축해주는 제도다. 앞서 2023년 10월에는 유럽의약청(EMA)로부터 우선 심사대상 의약품(PRIME) 자격을 획득했다. 새로운 치료법을 환자에게 더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개발도 순항하고 있다. 레졸루트는 23일(미국 시간)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가 선천성 고인슐린증(HI)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에르소데투그 3상 임상 sunRIZE 연구를 대상자 확대 없이 계획대로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sunRIZE는 다기관, 이중 맹검, 무작위 배정, 위약 대조, 안전성 및 유효성 등록 연구를 말한다. 레졸루트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브라이언 로버츠 박사는 “다음 달이면 환자 등록이 완료되고, 올해 12월 sunRIZE 연구의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독의 담관암 표적치료제 ‘페마자이레’(성분명 페미가티닙)가 다음달 1일부터 급여권에 들어온다. 페마자이레는 한독이 도입한 신약으로,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이 존재하는 국소진행성 및 전이성 담관암에 대응하는 2차 치료제다.
글로벌 기업들과 진행하는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한독은 지난해 8월 네덜란드 생명공학기업 아르젠엑스와 계약을 체결해 중증근무력증 치료제인 ‘비브가트’의 국내 독점 유통을 담당하기로 했다.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허가도 승인받았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개발하는 혁신 신약의 성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한독은 지난해 매출 5073억5800만원, 영업이익 5억38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 96% 줄었다.
한독 관계자는 본지에 “지난해 매출이 줄어든 것은 의료파업으로 인한 신환과 수술 감소 영향이 크다. 케토톱도 유통 구조 변화로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케토톱, 의료기기의 성장과 더불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희귀질환 치료제나 항암제 분야에서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