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승부’ 실제 주인공 이창호 9단이 대선날 선봉 출전을 자원해 팀에 승리를 안겼다.
한국 바둑 랭킹 88위 이창호 9단은 3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제19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 1국에서 269위 김상인 3단에게 138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시니어랭킹 7위인 이 9단은 이번 대회 예선에서 3연승을 달리며 10년 연속 신사팀 선수로 출전하고 있다. 여자랭킹 31위 김 3단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숙녀팀 대표로 나섰지만 이번에도 승점을 올리지 못했다.
이창호 9단 선발 출전 소식은 지난 5월28일 쿠키뉴스가 단독 보도한 ‘[단독] ‘승부’ 실제 주인공 이창호 9단, 대선날 바둑 둔다…선발 출전 자원’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신사팀 주장이자 오더 제출 역할을 맡고 있는 조한승 9단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창호 사범님께서 먼저 나가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3년 동안 연속으로 신사팀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팀 우승을 이끈 조한승 9단은 “사범님(이창호 9단)이 마지막에 나가셔야 하지 않겠냐”고 만류했지만, 이창호 9단이 “지지옥션배 최근 활약을 봤을 때, 조한승 사범이 마지막에 나가는 게 맞다” 얘기했다는 내용을 쿠키뉴스에 전하기도 했다.
50세 이창호 9단과 23세 김상인 3단, 27세의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선수의 첫 대결은 단명국으로 끝났다. 국후 이창호 9단은 “새로운 모양으로 둬봤다. 초반에 잠깐 괜찮다고 느꼈는데 변에서 타개할 때 이상해졌다”고 복기했는데, 김상인 3단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승부가 빠르게 결정됐다.
한편 10년 연속 지지옥션배 신사팀 후반을 책임진 이창호 9단이 선봉장을 출격한 건 의외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이창호 9단은 “그동안 중반이나 후반에 나왔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서 “기분 전환으로 나오면 어떨까 했다”고 말했다. 이어 “3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이창호 9단은 이날 승리로 지지옥션배 통산 전적을 3승7패로 한 판 만회했다. 최근 4연패를 당하는 등 4년 동안 승리가 없었다. 이 9단이 연승에 도전하는 다음 경기는 오는 16일 펼쳐지며, 숙녀팀 두 번째 주자는 현재 미정이다.
40세 이상 연령 제한과 랭킹 30위 미만 등 제약을 두고 구성한 신사팀과 선수 구성에 어떠한 제한도 없는 숙녀팀이 12대 12로 연승전을 벌이는 지지옥션배는 우승팀이 상금 1억2000만원을 독식한다. 지난 18번 대결에서 신사팀과 숙녀팀은 각각 9차례씩 우승을 나눠 가졌다. 신사팀은 2·3·5·7·10·13·16·17·18기를, 숙녀팀은 1·4·6·8·9·11·12·14·15기를 우승했다.
제19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의 총규모는 2억4500만원이며, 우승 상금 외에 별도로 3연승 시 200만원의 연승상금이 지급된다. 이후 1승당 100만원의 연승상금이 추가로 지급되며,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각자 20분에 추가시간 30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