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인 1.4%에 그칠 것이란 세계은행(WB)의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 경제 성장률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1일(현지시간) WB가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3%다. 이는 지난 1월 발표한 2.7%보다 0.4%포인트(p) 낮아진 수치다.
WB는 주요 하방요인으로 △관세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의 지속 △보복관세 등 무역 긴장의 심화 △주요국의 저성장 △자연재해 ·분쟁의 발생 등을 지목했다. 이번 전망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WB는 전 세계 경제 주체의 70%에 대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1.4%로 전망했다. 이는 연초 제시한 2.3%에서 0.9%p 하향된 수치로 지난해(2.8%)의 절반에 불과하다. 내년 미국 성장률은 1.6%로 다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역시 지난 1월 전망보다 0.4%p 낮아졌다.
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는 중국에 대해선 지난 1월 전망치(4.5%)를 유지했다. 내년 성장률도 4%로 예상돼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관세 전쟁의 충격이 중국보다 미국에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올해 성장률은 기존 1.0%에서 0.3%p 하락한 0.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은 0.8%로 예상돼 지난 1월 전망(1.2%)보다 0.4%p 감소했다. 일본도 올해 0.7%, 내년 0.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장률은 올해 4.5%로 둔화한 뒤 2026~2027년에는 4%대 초반까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발도상국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WB는 올해 개도국의 평균 성장률이 3.8%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2010년대 평균 성장률(5%대)보다 1%p 이상 낮고, 올해 초 WB가 예상한 4.1%보다도 0.3%p 감소한 수준이다. 저소득 국가들은 올해 초보다 0.4%p 내린 5.3% 성장할 것으로 봤다.
다만 WB는 “주요 경제국들이 무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면 글로벌 성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무역 갈등이 타결돼 5월 말의 관세 수준을 절반으로 낮춘다면 2025년, 2026년 글로벌 성장률은 각각 0.1%p, 0.3%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요 정책과제로는 무역 긴장해소와 신흥·개도국 지원 확대, 기후변화 대응 등을 꼽았다. WB는 “무역 장벽 완화를 위해 대화·협력하고 장기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면서 “신흥·개도국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확대해 해외직접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분쟁과 난민 증가 등 글로벌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