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년 만에 연금개혁이 단행됐지만 기금 소진 시점이 8년 연장되는 것에 그쳐,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12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의 재정 및 정책효과 분석’ 보고서를 내고,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재정수지 적자 시점이 7년(2048년), 기금 소진 시점이 8년(2065년) 연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정부 계획에 따라 기금운용 수익률이 1%p 상승하면, 소진 시점은 2073년으로 8년 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야는 지난 3월20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해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40%까지 낮추려던 소득대체율을 43%로 상향 조정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지난 2007년 이후 18년 만의 연금개혁이다. 보험료율은 2026년부터 0.5%p씩 인상해 2033년 13%에 도달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은 2026년부터 43%를 적용한다.
가입자들이 더 내고 조금 더 받게 되면서, 연금부채에서 연금자산을 뺀 ‘미적립 부채’는 줄었다. 연금부채는 국민연금 미래 가입자까지 고려할 때 미래에 지급해야 할 급여액의 현재 가치를 뜻한다.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으로 인해 연금부채는 6089조원에서 개정한 뒤 6358조원으로, 269조원 늘었다. 다만 미래 급여 지급을 위해 향후 확보해야 할 추가적인 자산의 현재가치인 ‘미적립부채’는 2490조원에서 1820조원으로, 669조원 줄었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재원이 확충된 결과다.
국회 예정처는 “미적립부채가 감소하면서 종전 제도와 비교하면 재정 상황이 개선됐다”면서도 “개정된 법률에 따라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미적립부채는 여전히 존재하며, 추가적인 재정 안정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재정안정화 방안으로는 국고 투입과 자동조정장치가 거론된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제도다. 가입자는 감소하고, 수급자가 증가하는 등 인구 상황에 따라 기금 고갈이 예상될 때 자동으로 납부액을 올리고 수령액을 줄이는 등의 조정이 가능하다. 시간이 다소 걸리는 국회 논의 과정이 없어도 재정 안정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연금액을 자동으로 깎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지나치게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선관위 주관 대선 후보 2차 토론회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지금 연금을 내는 사람이 언제 깎일지 불안할 듯하다”고 말했다.
여당은 국고를 투입하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지 않아도 기금 소진 시점 연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6년부터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국고를 국민연금에 지원할 경우, 기금 소진 연도가 2091년으로 연장된다. 해외 공적연금과 비교해도 한국의 재정 지원은 낮은 편이다. 문제는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국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2일 본지에 “자동조정장치를 통해 연금액을 깎는다면, 노인빈곤율을 감당할 수 없어 어차피 국가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면서 “크레딧 강화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라도 국고 투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