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들을 제도권 금융 바깥으로 내쫓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안으로 시장연동형 최고금리제가 떠오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최고금리 인하 의제가 다시 등장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부터 최고금리를 15%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022년 대선 후보 시절에는 최고금리 인하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과거 최고 66%에 달했던 법정 최고금리는 △ 2007년 49% △2010년 44% △2021년 39% △2013년 34.9% △2024년 25% △2016년 27.9% △2018년 24% △2021년 20% 등으로 점차 내림세를 보였다. 2021년 7월 문재인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한 이후 현재까지 같은 수준의 최고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명분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이었지만 그 여파는 다시 서민들에게 돌아왔다. 연체 리스크가 높은 중·저신용자일수록 은행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 법정 최고금리에 가로막혀 금리를 올릴 수 없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계는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여 건전성을 관리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의 대출 취급 비중은 신용점수 701~800점대의 비교적 고신용자에 몰려 있다. 600점 미만의 저신용자 평균 대출 취급 비중은 0.04% 수준이다.
제도권 금융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대부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2021년과 2023년 양 시점을 비교했을 때 대부업계 대출은 7조6000억원에서 8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같은 기간 9918건에서 1만3751건으로 증가했다. 15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지난해 기준 약 2만9000명에서 6만1000명으로 추정됐다. 이들의 불법사금융 이용 금액은 약 3800억~7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업계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장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이라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최고금리를 고정하지 않고 시장금리와 연동해 결정하자는 제안이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연동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최고금리가 20%가 넘더라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는 탄력적인 적용이 필요하다”며 “해당 범위 내에서 금리 조정이 가능하면 아마 중·저신용자 공급 숨통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은 시장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최고금리를 10년 장기 채권이나 기준금리 등 안정성이 높은 지표에 연동한 후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당장 시장연동형 최고금리제 시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동형 최고금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출 종류별로 어떤 벤치마크 금리를 정할지, 어느 정도의 금리를 덧붙일 것인지, 어떤 대출 종류에 최고금리를 적용할 것인지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논의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최고금리제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단순 조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최고금리를 올리려는 것이라면, 운영이 복잡하지 않고 예측 가능성이 높은 현행 고정형 이자율 상한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