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의 광주공장을 인수한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화재로 가동을 중단한 광주공장 이전에 대한 논의를 미루고 있다. 최대 주주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광주 공장 정상화와 이전에 대한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8년 경영난 끝에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인수됐고, 더블스타는 현재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공장 화재 이후 금호타이어 노조는 중국 칭다오에서 더블스타 경영진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 당시 광주·곡성 공장에 각각 1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광주공장 이전 가능성을 이유로 투자 이행을 미뤘지만, 광주공장 화재 이후 “금호타이어 경영진이 계획안을 세우면 그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광주공장의 용도 변경이 확정돼야만 이전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공장용지’로 묶여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부지 용도가 ‘상업용지’로 변경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광주시는 현행법상 공장 가동 중에는 용도 변경이 원칙적으로 어려운 데다 중국 자본이 용도 변경으로 부지 가치를 올린 뒤 개발이익만 챙길 가능성을 우려해 이전에 대한 구체적 증빙자료를 요구한 상태다. 이른바 ‘먹튀’ 논란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시와 더블스타, 금호타이어 간의 입장 차이가 지속되면서, 화재 복구와는 별개로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금호타이어 노조 측은 “광주공장은 지난 17일 화재 발생 이후 유급 휴업 중이며, 약 2,500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며 휴업 시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임금의 70%만 지급되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되면 생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 관계자는 “16일 광주공장의 함평 빛그린산단 이전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금호타이어 이사회와 정부 역할 촉구를 위한 시민 단체 연대 상경 투쟁을 결의했다”며 “화재가 난 곳은 2공장인데, 고용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올해 안에 1공장이 빠르게 정상 가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사측과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경영진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노조 관계자는 “광주공장의 완전한 정상화는 최소 1년6개월에서 최대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측은 신속하고 안전한 공장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호타이어 측은 다음 달까지 로드맵 발표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건립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도 “광주에서 가동하던 물량 전체를 이관하기 어렵지만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 정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의 생계유지 및 고용 불안과 관련해서는 “화재 이후 근로자분들께서 직무 전환 및 휴직 등과 관련해 우려하는 상황인 것을 공감한다”면서도 “금호타이어가 독립경영·책임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국내 경영진은 회사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7월 초까지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