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약업계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미국이 수출한 의약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해 미국에 피해를 주는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고 미국 정부에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을 지렛대 삼아 한국의 약값 정책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로비단체인 미국제약협회(PhRMA)는 지난 27일(현지시간)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 9개국이 신약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억제해 미국 환자와 기업이 글로벌 신약 연구개발(R&D) 비용을 과도하게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약협회는 “제약 소비가 많은 이들 고소득 국가를 미국 정부가 가장 우선하여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협회가 제출한 의견서는 USTR이 외국 정부의 불공정한 약값 정책을 조사하는 과정에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USTR 홈페이지에는 6월 30일 기준으로 58개 의견서가 접수됐다.
의견서에 따르면 제약협회는 한국 건강보험 당국이 한국 시장에서 의약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제약사들에게 힘든 심사를 강요해 시장 진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은 건강보험 당국이 약값을 공정한 시장 가치 이하로 억제하기 때문에 제약 예산에서 혁신 신약에 쓰는 비중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소득 국가보다 낮다고 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USTR에 의견을 낸 업계 주요 단체는 한국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불공정한 관행을 일삼는 나라 중 하나라고 꼽으며 미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 최대 재계 단체인 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약값을 매우 낮게 책정해 미국 제약사와 생명공학 산업이 개발한 혁신 신약을 충분히 보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한국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3∼2014년에 전 세계에서 출시된 신약 500개 중 20%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런 신약의 출시부터 건강보험공단의 급여 지급까지 평균 40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협의해 건강보험 적용과 급여 지급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약값을 책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인 '점진적 비용-효과비율'(ICER,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임계치를 업데이트하라고 권고했다.
미국제조업협회(NAM)는 다른 나라가 공정한 정책을 채택하고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도록 현재 진행하고 있는 무역 협상을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AM은 한국, 캐나다, 유럽, 일본을 비롯해 미국 혁신 의약품의 최대 시장인 국가들이 지난 수십년간 미국 혁신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차별적이고 불투명한 정책을 도입해 기업들이 미국 내 연구개발과 제조업 관련 일자리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약값을 책정할 때 불합리하게 낮고 낡은 비용-효과 임계치를 사용하고, 과도하며 반복적인 가격 인하를 부과해 특허약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생명공학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생명공학혁신기구(BIO)도 한국의 약값 책정 제도가 여러 중첩되는 가격 인하 장치를 통해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우선하는 미국 제조사들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약화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