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의약품 관세 적용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안도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번 협상을 마중물 삼아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결과에 대해 “미국이 8월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국가별 상호관세 25%가 15%로 낮아진다”며 “추후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 등도 다른 나라와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관세율을 인하하는 대신 3500억달러(한화 약 489조원) 규모의 펀드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1500억달러(약 209조)는 조선에, 200억달러(약 28조)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에 조성한다.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제약바이오 업계는 유럽, 일본처럼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은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의약품에 대해 일정 유예기간 이후 200%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에 의약품 관세와 관련해 최혜국 대우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이오산업 전반에 있어 고무적 신호”라며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바이오 경쟁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구체적 의약품 관세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더 상황을 지켜보며 앞으로의 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이 자국 내 의약품 생산을 유도하고, 약가를 낮추려는 움직임 속에서 한국은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단순히 관세율보다 우리 산업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어떤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 기업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선 단기적 투자 논의뿐 아니라, 현지 생산시설 설립 시 제공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에 대한 협상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현재 글로벌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시기인 만큼 이를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