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다문화가구가 44만 가구에 가까워지며 꾸준히 늘고 있다. 고용률과 소득, 자녀의 교육 수준도 함께 개선되고 있지만, 일하는 분야는 단순노무직이 늘고 전문직은 줄어드는 등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전체 국민과는 다른 이 같은 변화는 다문화가구를 위한 직업교육과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다문화가구는 43만9304가구로, 전체 가구(2299만7000가구)의 1.9%를 차지했다. 2019년보다 8만5501가구(24.2%) 늘어난 수치다. 유형별로는 귀화자가구가 42.6%로 가장 많았고, 결혼이민자 가구(35.2%), 다문화자녀가구(11.3%) 순이었다.
고용률도 개선됐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이민자와 귀화자의 고용률은 62.7%로, 2021년(60.8%)보다 소폭 상승했다. 소득 수준도 올라, 월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 가구 비율은 65.8%로 3년 전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자녀의 고등교육 진학률도 같은 기간 41.9%에서 61.9%로 상승했다.
하지만 직업 구성은 반대 흐름을 보였다. 단순노무직 비율은 2021년 32.4%에서 올해 39.0%로 증가한 반면, 전문직 비율은 11.6%에서 8.8%로 감소했다. 고용률과 소득은 높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직종에 더 많이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체 국민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단순노무직 비율은 13.9%였고, 전문직은 22.4%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단순노무직은 0.5%포인트 줄고, 전문직은 1.9%포인트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률 상승 이면에 존재하는 직업의 질 저하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결혼이민자 여성의 경우 모국에서의 경력을 살리기 어려워 비교적 일자리가 많은 단순노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그에 대한 인력 수요는 고령화 현상 심화에 따라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직 등 고급 일자리는 산업 환경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산업별 특성에 따라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증감 추세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다문화가구는 가구 수와 고용 참여율, 소득·교육 수준 면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숙련·전문직 종사자의 비중은 줄고 단순노무직 비중은 늘어나는 등 직업의 질적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적 성장에 비해 일자리의 질이 뒤처지는 만큼, 다문화가구가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직업교육 확대와 경력 활용 지원 같은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