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사들이 교육세 명목으로 내야 할 세금이 1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세부담 가중을 토로하는 가운데 늘어난 세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5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수익 1조원 이상인 은행·보험·증권사 등에 적용하는 교육세율이 현행 0.5%에서 1.0%로 상향 조정된다. 교육세는 교육 시설 확충과 교원 처우 개선 목적으로 걷는 세금이다.
정부는 과표 구간을 새로 신설해 수익금액이 1조원 이상일 경우엔 세율 1.0%를 적용하는 안을 세법개정안에 포함했다. 현재 금융권이 부담하는 교육세 규모는 약 2조원 수준이다. 이번 세법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약 60여곳에서 연간 1조3000억원 교육세가 추가로 걷힐 것으로 보인다. 수익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큰 시중은행은 연간 1000억~2000억원대 추가 세금지출이 추산된다.
정부는 금융업의 높은 수익성과 비교해 세 부담이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1981년 교육세가 도입된 이후 과세 체계는 그대로 유지됐으나, 금융·보험업의 총부가가치는 1981년 1조8000억원에서 2023년 138조5000억원으로 약 75배 불어났다. 박금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금융·보험업은 계속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는데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교육세율을 올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 이자수익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생산적 투자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금융권의 수익 구조를 겨냥한 바 있다.
그동안 교육세 납부 제도 개선을 건의해왔던 금융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교육세 사용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이 매년 막대한 교육세를 내고 있지만, 예산이 남아 태블릿PC를 무분별하게 나눠주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며 “추가 세금이 실제 교육의 질 향상에 쓰일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세금 인상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징수된 세금이 실질적으로 잘 쓰이느냐는 점”이라며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 교육을 도입하는 등 실효성 있는 활용 방안이 마련된다면 은행권도 긍정적인 반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교육세 인상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지표금리)에 각종 원가 요소·마진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산출한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금리로, 교육세 등 각종 법적비용이 포함돼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민간 영리조직인 만큼 세금이 늘어나면 수익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대출금리 인상, 예금금리 인하, 수수료 조정 등 어떤 경로든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교육세율 인상이 가산금리에 반영되면, 기준금리가 그대로여도 대출금리는 오를 수 있다”며 “법적비용이 제외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정부의 교육세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따라 은행권 의견을 취합 중이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 6월에도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학력인구 감소 등을 고려해 교육재정과 연관성이 낮은 금융·보험업자의 교육세를 폐지하거나, 목적세의 정의에 맞게 세금 용도를 개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은행연합회는 교육세 인상안에 대해 은행권 의견을 취합 중”이라며 “이번에도 지난 6월 정부에 전달한 의견과 유사한 취지의 의견이 제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부와 여당은 비용 전가가 이뤄지지 않도록 막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교육세,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기금 부담금, 보증기관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가산금리 체계 손질’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