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우리나라 대상 상호관세가 지난 7일 15%로 적용된 가운데, 여야의 평가가 극명히 나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선의 결과’라는 평가와 함께 대미 금융패키지 조성 등 후속조치를 요구하는데 나섰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만 바라봐야 하는 사실상 실패한 협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명문화된 문건이 없기 때문에 아직 타결됐다는 평가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 한미관세협상 후속조치’ 브리핑을 통해 “당정(당과 정부)은 지난달 30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후속조치를 점검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며 “당은 정부에 한미 통상합의 내용에 따라 미국 측과 자동차 관세 인하 시기 등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기회 창출을 위한 대미 금융패키지 조성 및 활용방안 구체화 등 후속 조치를 면밀히 추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정은 앞으로 관세 취약업종과 중소 부품기업에 대한 수출 애로 해소 지원, 주요 업종별 관세 영향 분석 및 지원방안 마련 등 국내 관세 피해 완화 관련 정책과 예산 측면 지원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100% 관세 부과’ 발언 등이 혼란 부추기며 일각선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에 약 100%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혼란이 일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분야) 최혜국 지위를 약속받았다”며 “어떤 나라가 최혜국 대우를 받으면 우리는 반도체와 의약품 분야에서 그 나라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세율이 모든 국가에 일률적일지 차별적일지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도 지난 7일 미국과 상호관세율을 15%로 합의했으나, 공식 합의 문서가 없어 미국에서는 기존 관세에 15%가 추가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다만 미국이 지난 10일 관세 15%를 넘는 품목에 상호 관세를 매기지 않는 특례를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일본까지 확대하기로 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시행 시기는 알려지지 않아 불안감을 안고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이처럼 한미 관세협상에서 명문화된 부분이 없음에도 여당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부분을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의미와 평가’ 긴급 세미나에서 “한미 관세협상은 한미 FTA를 사실상 폐기한 실패한 협상”이라며 “협상이 타결되기 위해서는 명문화된 협정문이 만들어지는 게 관행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대해서는 팩트시트(fact sheet·협상 구체 사항을 담은 문서)를 간략하게 발표했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조치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협상이 타결된 게 아니라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화자찬하는 순간 우리가 갖고 있는 협상 무기 하나를 잃어버린다”며 “정부를 믿는 국민, 그리고 국익이 저해되지 않게 지금이라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대미 수출 지원 대책과 영향을 받는 업종을 정리해 관계 부처와 발표할 전망이다.
안홍상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관세협상의 명문화된 문서가 없지 않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명문화된 건 현재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이 요구한 대미투자) 3500억달러는 경제안보 분야에 2000억달러, 조선분야에 1500달러다. 이 부분은 (정부가) 어떤 식으로 쓸지에 대해 실무적으로 협의를 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철강·반도체 산업 등의 관세 피해에 따른 국내 투자 감소 우려에 대해 묻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는 “산자부 차원에서 자동차,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나왔을 때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를 발표했다”며 “장기적·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 지원대책 및 영향을 받는 업종에 대한 대책을 작성하고 있다. 조만간 관계부처와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