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적자에 색깔 희미해지는 ‘디지털 보험사’

길어지는 적자에 색깔 희미해지는 ‘디지털 보험사’

기사승인 2025-08-13 06:00:09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매년 적자에 시달려온 디지털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에도 대부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면 영업 비중을 늘리며 영업 전략을 조정하는 곳들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보험사가 생존하려면 업권 특성에 맞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EZ손해보험은 157억원, 하나손해보험은 1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순손실이 각각 46억원, 72억원이었던 두 회사는 2분기 들어 적자가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상반기 적자 폭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1.7%, 10.8% 확대됐다. 두 회사 모두 3년 이상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디지털 손해보험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캐롯손해보험은 올해 1분기 1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53억원)보다 적자 폭은 다소 줄었지만, 2019년 출범 이후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캐롯손보는 오는 9월 중순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될 예정이어서 독립 영업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교보라플)도 올해 1분기 78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43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역시 같은 기간 1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116억원)보다 적자가 늘었다. 상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지털 보험사의 계속된 부진은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규정 상 디지털 보험사는 전체 계약의 90% 이상을 비대면으로 모집해야 한다. 문제는 비대면 채널의 자체 트래픽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험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앱을 찾아 들어오게 만들기 어려운 대표적 ‘푸시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약관이 단순한 단기·미니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왔지만 이것만으로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단기 보험을 넘어 장기 보험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현재 순수 비대면 구조로는 약관이나 담보가 복잡한 장기보험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카카오페이손보처럼 대규모 플랫폼 트래픽을 보유하면 미니보험 등 단기보험도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 확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기보험을 통해 장기보험 고객 확보로 이어져야 하지만, 앱 트래픽 확보가 어렵다 보니 단기보험 흥행 자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계 속에 일부 디지털 보험사는 ‘디지털’ 색채를 줄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손해보험이다. 지난해 대면 채널로 743억원의 보험료를 모집해 온라인 채널 실적(626억원)을 넘어섰다. 모집채널별 수입보험료 비중에서도 통신판매(CM·TM 합산)는 2023년 1분기 80.8%에서 올해 1분기 73.1%로 감소했다. 이는 하나손해보험이 통신판매전문보험사가 아니라 종합보험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가능한 행보다.

디지털 보험사로 출발했지만 종합보험사 라이선스를 가진 신한EZ손해보험 역시 대면 모집이 늘고 있다. 대면 모집 비중은 지난해 말 97.7%에서 올해 1분기 말 98.4%로 상승했다. 신한EZ손해보험은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 등 디지털 채널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장기보험을 강화하고 있는 영업 구조상 대면 채널 확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보험사가 설립 취지를 살리면서 생존하려면 특성에 맞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통 보험사에 없던 혁신 상품으로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게 하려면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디지털 보험에 익숙해지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려 해도 전통 보험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아 혁신이 쉽지 않다”며 “현재 포트폴리오의 주축인 단기보험은 킥스(K-ICS) 비율 개선 효과가 거의 없는데도 똑같이 130%를 맞춰야 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은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도 대면 채널 의존도가 여전히 막강한 산업”이라며 “디지털 보험사는 ‘푸시 마케팅’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통신판매 90% 모집 의무의 한시적 완화 등 제도 보완이 없으면 적자 구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