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은폐로 5년간 건강보험 328억원 누수…23만건 적발

산재 은폐로 5년간 건강보험 328억원 누수…23만건 적발

27일간 입원치료 받으며 건보 3000만원 부담
“산재·건보 구분 시스템 필요”

기사승인 2025-08-12 16:16:47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박효상 기자

산업재해가 발생했는데도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다가 적발된 사례가 지난 5년 반 동안 23만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주가 산재 발생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고자 고의로 은폐하는 경우도 있는데, 피해 근로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 건강보험 재정까지 축나고 있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공단이 적발한 산재 은폐·미신고 건수는 23만6512건이다. 이는 연평균 4만3000건으로, 5년 반 동안 부당 지급된 액수는 약 328억원에 달한다.

적발 사례를 보면 차에 물건을 싣는 작업을 하다가 추락한 노동자가 27일간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산재 사실을 숨겨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에서 치료비 3000만원을 부담했다. 업무 중 사고를 당하거나 병을 얻은 근로자는 산재 처리를 통해 산재보험에서 치료비와 휴업급여 등을 받을 수 있는데 건강보험과 중복해 보장하진 않는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으로 급여가 청구된 사례 가운데 산재로 의심되는 건에 대해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산재 은폐·미신고 사례를 적발하고 있다. 일단 적발하면 산재 처리를 하고, 이미 건강보험에서 지급한 치료비는 산재보험을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환수한다.

적발된 사례 중엔 피해 근로자가 미처 산재라고 생각하지 않아 일반 진료를 받은 사례들도 있지만, 사업주가 산재로 처리하지 말라고 종용하는 상황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주가 산재 발생에 따른 행정·사법적 조치나 보험료 할증 등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은폐하는 것인데, 이 경우 피해자가 치료비 전액이나 휴업급여 등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산재 은폐·미신고에 따른 건강보험 치료비 지출은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을 준다. 지난 2018년 건보공단이 서울대에 의뢰한 ‘산재 은폐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방안 연구’에서 연구진은 산재 은폐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 금액이 연간 최소 277억원에서 최대 321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선민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에 대한 엄벌을 지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산재 사고를 감추기 급급한 실정이며 정부는 자료 연계에 따른 사후적발 외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진료 시 산재와 건강보험을 구분하는 등 시급히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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