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로 상승 동력을 잃은 채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고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 경계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3224.37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이달 1일 3119.41까지 떨어진 이후 하락분을 만회했으나, 3200선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상승 동력을 상실한 모양새다.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여파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개편안에는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50억원→10억원 조정 △증권거래세율 0.15%→0.20% 인상 △법인세율 과세표준 구간별 1%p 상향 △배당소득 분리과세 35%(지방소득세 포함 38.5%) 등이 담겼다.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증시 상승 동력이었던 세제개편안은 발표 후 오히려 부메랑이 돼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법인세와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등 코스피 상승 동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요소들도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 방침이 투자 심리를 급격히 저해했다는 평가다. 양도소득세 강화는 전 정부에서 축소한 대주주 범위를 다시 확대함으로써 과세 형평성과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을 가졌다. 그러나 시장은 이같은 개편에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연말 세금 회피를 위한 물량 출회가 증시 하락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에 기인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 현행으로 유지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기획재정부의 강화 방침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시장 기대감은 내려간 상황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당에서는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했고, 정부인 기획재정부는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정 조율을 보겠다”라고 밝혔다.
세제개편안에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고는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잔고는 10조2014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3년 11월23일(10조3585억원) 이후 최대치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거래금액 비율이 높아질 경우 증시 하락세를 견인하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들에 대해 경계심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장 상승 탄력이 둔화세로 접어들게 되면 유동성이 약해져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진다”라며 “공매도 거래금액이 전체 대비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면 경계감에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별 종목 측면에서도 변동성이 커질 확률이 높다”며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들에 한해 경계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