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의 동반 구속이 현실이 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과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이 각각 수사를 개시한 지 41일, 54일 만이다.
김 여사는 영부인 이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집권 내내 각종 의혹과 구설에 휩싸였다. 그동안 권력의 그림자 뒤에서 검찰 수사망을 여러 차례 피해왔지만, 남편의 대통령직 파면 이후 결국 특검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된 전직 영부인’이자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의혹의 시작부터 ‘V0’ 논란까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건 2019년 7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는 자리였다. 윤 전 대통령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배우자인 김 여사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무렵 김 여사가 기획한 전시회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이 제기됐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설도 불거졌다. 2020년에는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과정에 이른바 ‘전주(錢主)’로 참여했다며 고발했지만, 수년간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6월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면서 김 여사 관련 의혹도 고조됐다. 대학·기업에 제출한 이력서에 허위 이력이 기재됐다는 논란 끝에 같은해 12월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당시 김 여사는 “국민을 향한 남편의 뜻에 제가 얼룩이 될까 늘 조마조마하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도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대통령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로 소위 ‘V0’라는 말이 암묵적으로 돌기도 했다.
특검법 거부와 수사 무산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김건희 특검법’이 세 차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김 여사는 제대로된 수사 한 번 받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과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수사하던 검사들이 대통령경호처 건물을 방문해 김 여사를 조사하면서 특혜 논란까지 일었다.
목걸이·가방·도로 의혹
그러던 중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순방길에 올랐을 때 착용한 목걸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반클리프아펠에서 판매하는 6000만원에 달하는 이 목걸이가 재산 신고 내역에 누락된 것이다. 당시 대통령실은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서희건설 측이 김 여사에게 목걸이를 선물했다는 자수서를 특검에 제출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전까지 김 여사는 모조품이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2023년 7월에는 김씨 일가와 관련된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다. 그 해 11월에는 김씨가 고가의 명품 가방을 선물받았다는 의혹이 인터넷 언론사 ‘서울의소리’ 폭로로 알려졌다. 곧이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백’을 받는 영상도 공개됐다.
이밖에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수뇌부로부터 샤넬백 2개와 그라프 목걸이 등 명품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청탁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구속 이후 첫 조사 예고
법원은 12일 민중기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헌정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사례로 남게 됐다. 특검은 내일(14일) 김 여사를 소환해 구속 이후 첫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여사 측은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특검은 불출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특검 수사로 드러난 혐의는 △공천 개입 △건설사로부터 수천만 원대 목걸이 수수 △명품 가방 수수 △통일교 현안 사업 관여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