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6세 미만 아동 혼자 앉혀…코레일 유아동반 좌석 배정 ‘구멍’

KTX, 6세 미만 아동 혼자 앉혀…코레일 유아동반 좌석 배정 ‘구멍’

국토부 “다양한 요구 반영…안내 강화·제도 개선 검토”
좌석 분리, 해외는 원칙적 금지...“아동보호권 고려해야”

기사승인 2025-08-14 16:08:24 업데이트 2025-08-14 18:59:22
쿠키뉴스DB


아들과 함께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는 KTX를 예매한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성인 1명, 6세 미만 유아 1명, 총 두 명을 코레일톡(자동예매 앱)으로 표를 구입했지만, 예매 완료 후 확인한 좌석은 서로 다른 객차였다. A씨의 좌석은 13호차, 유아 동반 좌석은 14호차. 불과 한 칸 차이지만 어린 자녀를 홀로 앉히고 다른 객차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A씨는 코레일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시스템상 어쩔 수 없다”였다.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 관계자는 1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붙은 좌석이 있으면 연접 좌석으로 예매되지만, 없을 경우 떨어진 좌석으로도 배정된다”며 “매진 차량에서는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일부 승객이 ‘좌석 인접’보다 ‘빠른 예매’를 우선시하는 점을 현 제도 유지의 이유로 들었다. 국토부는 “유아를 좌석에 앉히고 본인은 입석으로 이동하거나, 떨어져서라도 일단 표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있다”며 “이런 다양한 요구를 고려하다 보니 분리 좌석 예매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유아 동반 예매는 보호자가 아이 옆에서 동행한다는 의미인데, 분리 좌석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해외처럼 6세 미만 유아는 반드시 인접 좌석만 배정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김아래미 교수는 “의도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동 권리에 대한 민감성이 낮아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아는 성인과 동반해서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비행기는 예약 단계에서 성인과 아동이 자동으로 인접 좌석에 앉도록 설계돼 있다. (KTX를 탈 때도) 아동의 보호권 측면에서 성인과 같이 앉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도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기계적인 일 처리의 결과”라며 “유아 동반석이라면 유아에게 좌석을 우선 배정하고 보호자는 다른 객차로 보내는 방식 자체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6세 미만 아동은 자기 방어 능력이 거의 없고, 언어나 행동에서 보호자의 지속적인 돌봄이 필수”라며 “연령, 유아 개념, 좌석 명칭만으로 이런 식의 운영을 하는 건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 JR, 유럽 일부 철도사는 유아 동반 승객의 분리 좌석 배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 철도 시스템도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정책 개선이 가능한 영역이다.

이런 지적에 코레일은 “유아를 동반한 이용객이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좌석 구매 전 ‘팝업안내’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유아 안전이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좌석 번호 안내를 강화하고, 인접 좌석 확보가 안 될 경우 예매 절차를 어떻게 개선할지 코레일과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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