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점자’ 포장으로 투자자 홀린 센시...검증의 중요성 [알기쉬운 경제]

‘AI·점자’ 포장으로 투자자 홀린 센시...검증의 중요성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5-08-19 09:00:11
센시 홈페이지 캡처

인공지능(AI) 기술로 시각장애인 점자 번역 콘텐츠를 제작하며 주목받았던 스타트업 센시(SENSEE)와 관련해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회사 대표가 투자금을 빼돌리고 해외로 도주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건데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많은 가운데 일각에선 이런 사태가 불거질 가능성도 엿보였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18일 벤처투자(VC) 업계에 따르면 센시 서 모 대표가 회사 자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센시는 작년에만 ATP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3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고요. SK텔레콤 카카오, 대성창업투자, 카이스트창업투자, 큐더스벤처스 등 굵직한 기관들로부터도 자금을 유치한 VC 업계에서는 나름 ‘유망 기업’ 이었습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기업공개(IPO)까지 준비 중이었지만 대표가 연락이 닿지 않아 일정이 불투명해진 상태입니다.

센시는 점자 콘텐츠를 빠르고 저렴하게 제작하는 AI 기술로 벤처 업계에서 주목받았습니다. 기존엔 대학 수학 교재를 점자로 변환하는데 6개월 이상 걸렸으나 센시는 이를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안에 변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고 홍보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교과서, 동화책, 택배 상자 라벨, 의약품 패키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점자 서비스를 확대했죠. 미국 시장에선 점자책 한 권 가격이 150~200달러인 반면 센시는 40달러 수준으로 단가를 낮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매출도 증가해 작년 매출액이 300억원을 넘으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다만 이는 모두 회사 측이 알린 내용입니다. 

대표의 해외 도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성장 스토리조차 신뢰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업계에선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투자사들은 센시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 점검에 분주합니다. 횡령 의혹이 공식 확인되면 VC들의 관리 소홀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일부 투자사들은 회사 측의 홍보만 믿기보단 실사와 분석을 통해 이번 사태를 피했습니다. 이들은 회사 측 자료와 다른 점을 직접 확인한 뒤 투자를 고사했다고 합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공장에 가보니 인쇄용 프린터기 몇 대뿐이었고 기술 수준도 대표 설명과 크게 달랐다. 또 일반적인 벤처기업 대표치고는 너무나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튜닝한 외제차를 타고 다녀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는 리더로서 어울리지 않는 사치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고 전했습니다.

매출 구조도 깔끔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직접 판매가 아니라 복잡한 해외 대행 에이전트를 거쳐 납품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구조는 불투명한 부분이 보였다고 합니다.

이번 사태는 기업이 내세우는 화려한 성장 스토리나 사회적 가치만으로 투자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투자자는 기업 발표나 외부 추천에 의존하지 말고, 재무 구조, 기술력, 운영 투명성을 직접 검증해야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숫자와 실제 운영 일치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예상치 못한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은 벤처 투자뿐 아니라 주식 투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시장 기대감이나 화제에 휩쓸리지 않고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균형 잡힌 시각이 결국 투자 성패를 좌우합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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