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약’ 누르자 처방전이…고혈압약 ‘인데놀’, 비대면 진료 확산

‘면접약’ 누르자 처방전이…고혈압약 ‘인데놀’, 비대면 진료 확산

기사승인 2025-08-25 06:30:05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면접 예정인데 인데놀을 처방받고 싶습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중 대다수는 이같이 요청하면, 전화 혹은 화상 진료 후 고혈압 치료제인 ‘인데놀’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닥터나우’를 살펴보면 인데놀이 인기 검색어 상위 5번째에 오를 정도로, 가입자들의 이용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나만의 닥터’는 정신질환의 세부 증상 중 ‘긴장·면접약 처방’이라는 카테고리도 마련돼 있다. 대면으로 병원을 찾을 때 탈모, 여드름, 골절 등 증상에 맞는 병원을 선택하려는 경향과는 반대로,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양새다. 

특히 비대면 진료로도 처방받을 수 있다 보니,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인데놀을 처방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업 면접을 앞두고 인데놀을 처방받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고 밝힌 박모(27)씨는 “취업 스터디나 커뮤니티에서는 인데놀을 면접 준비물처럼 인식한다”며 “시간이 없는 취업 준비생들은 비대면으로 처방 받는 경우가 많다. 쉽게 처방 받을 수 있어 면접이 있을 때마다 복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를 볼 때 전화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들었지만, 원래 고혈압 치료제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인기 검색어에 인데놀이 상위 5번째에 올라있다. 오른쪽은 또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인 ‘나만의 닥터’에 정신질환의 세부 증상 중 ‘긴장·면접약 처방’이라는 카테고리가 마련돼 있는 모습.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캡처

인데놀은 부정맥, 협심증, 고혈압 치료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전문의약품이다. 프로프라놀롤을 주성분으로 하는 베타차단제 계열 치료제다. 베타차단제는 심장과 심장 주변의 혈관에 분포해 있는 교감신경성 베타수용체를 차단해 심근의 수축력과 산소 요구량, 혈압 등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심박수가 일정해지고 혈관이 안정화된다.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인데놀을 처방받는 것도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복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회성 면접이나 시험, 공연 등을 앞두고 소량인 10㎎ 정도를 복용하는 것은 대체로 안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기관지 협착으로 발작이 생길 우려가 있다.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의 신호인 가슴 두근거림을 알아채지 못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술이나 커피와 함께 복용하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또 맥박이 느려지는 서맥이나 설사, 구토, 불면, 어지러움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는 비대면 처방을 받을 때 기저질환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어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다고 강조했다. 장채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인데놀을 처방할 땐 심전도를 확인한 뒤 부정맥, 심장질환, 천식, 흡연 여부 등을 살펴본다. 원래 혈압약으로 개발된 만큼 복용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수가 느려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비대면 처방을 받으면 환자의 상태에 대해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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