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의료기기 기업들이 신흥 의료시장으로 주목받는 브라질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령화와 의료 수요 확대, 보건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중남미가 유망 시장으로 부상하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남미 의약품·의료기기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파머징 마켓’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머징 마켓이란 ‘제약(Pharmacy)’과 ‘신흥(Emerging)’을 합친 신조어로, 신흥 의약품 시장을 뜻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남미는 전 세계 인구의 8%가량인 약 7억 명이 거주하고 있는 100조원 규모의 거대 의약품 시장이다.
중남미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규제 허들이 낮아 상대적으로 진출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국가에선 별도 임상 없이 절차를 간소화해 국내 임상 결과만으로도 신속한 허가가 가능하다. 실제 에콰도르 보건부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의약품을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승인하는 ‘의약품 자동승인제’를 운영하고 있다. 브라질 위생관리국은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42개국을 동등한 외국 규제기관(AREE)으로 선정하고, 해당 규제기관에서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경우 브라질에서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칠레 등 주요 중남미 국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며 구매력까지 갖추고 있어 시장 매력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의 ‘라틴아메리카 제약시장 기회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남지 지역 제약시장은 2023년에 19.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2~2027년까지는 연평균 22%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바이오·의료기기 기업들은 중남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팍스젠바이오는 자사 분자진단 제품을 브라질 시장에 수출할 예정이다. 이번에 출고되는 제품은 △STI12 △HPV △ULFA Reader 등이다. 팍스젠바이오는 이번 제품 수출을 통해 브라질 시장 내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향후 현지 유통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전영채 팍스젠바이오 마케팅 담당 상무는 “브라질 수출은 중남미 시장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중남미와 아프리카 전역으로 교류를 넓혀가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소화기 내시경 시술기구 전문기업 파인메딕스의 조직 채취용 기구 ‘클리어팁(ClearTip)’은 브라질 위생감시국(ANVISA)으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했다. 클리어팁은 내시경 시 병변의 진단을 위해 조직 샘플을 채취하는 기구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췌담도 병변 진단에 최적화돼 있다. 파인메딕스는 지난 6월 브라질 27개 주 내 1200여 곳 이상의 병원·의료 시설 네트워킹을 갖춘 브라질 의료기기 전문 유통사 ‘GFE’와 수출 총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파인메딕스는 GFE와 오는 11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브라질소화기주간(SBAD) 2025’에서 클리어팁 1·2세대를 론칭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할 계획이다. 전성우 파인메딕스 대표는 “브라질은 단순 신규 시장이 아니라 중남미 전역으로의 확대를 위한 전략적 거점”이라며 “향후 제품 포트폴리오와 진출 국가를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