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 김미자 수협조합장 “전국 어업인의 버팀목 되겠다” [쿠키 인터뷰]

‘여성 최초’ 김미자 수협조합장 “전국 어업인의 버팀목 되겠다” [쿠키 인터뷰]

기사승인 2025-08-28 06:00:07 업데이트 2025-08-28 09:18:49
“버틸 수 있는 길은 실력뿐이었습니다. 늘 성과로 증명하며 1등만을 목표로 달렸습니다.”

26일 서귀포에서 만난 김미자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서귀포수협) 조합장의 첫 마디에는 지난 40여년 세월이 응축돼 있었다. 그는 전국 수협 역사상 첫 3선 여성 조합장이다. 바다와 어민 곁을 지켜온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김미자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서귀포수협) 조합장이 26일 서귀포수협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최은희 기자


1983년 수협에 입사한 김 조합장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름 대신 ‘김양’으로 불리며 차별을 견뎌야 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시험 응시조차 거부당했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를 그만두라”는 압박도 받았다. 김 조합장은 “화가 치밀어서 사표를 종용하는 간부의 집을 찾아가 ‘누가 더 오래 수협에 다니는지 두고 보자’고 악을 썼다”며 “그때부터 ‘여성 조합장’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 됐다”고 회고했다. 

차별을 넘어설 무기는 오직 실력이었다. 언제나 1등을 하겠다는 집념으로, 서귀포수협 최초 여성 대리·과장·상무를 차례로 거치며 성과를 입증했다. 특히 2011년 경제상무 시절에는 서귀포수협 역사상 최초로 위판액 1000억원을 달성하며 금자탑을 세웠다. 김 조합장은 “당시 고등어 대형선단을 유치했는데 선별 인력이 부족해 해녀와 은행 직원할 것 없이 함께 고군분투했다”며 “밤낮없이 새벽 5시에 출근하며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전례없는 기록을 세웠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2017년 조합장 당선 뒤에도 시험대는 이어졌다. 첫 이사회 고사(告祀) 자리에서조차 “여자가 제관을 맡으면 부정을 탄다”는 시선이 따랐다. 어촌에 퍼진 ‘배에 여자를 태우면 재수가 없다’는 미신도 여전했다. 같은 해 서귀포 앞바다는 유례없는 갈치 풍어로 들썩였고, 위판액은 1000억원을 재차 돌파했다. “여자가 어떻게 조합장을 하느냐”는 우려도 성과 앞에서 사그라들었다.

김 조합장은 위기 때마다 현장에서 해법을 찾으며 서귀포수협을 진두지휘했다. 갈치 가격 폭락 때는 전량 매입해 가격을 지탱했고, ‘서귀포 은갈치 축제’를 신설해 소비 촉진과 브랜드화를 이끌었다. 지금은 수만 명이 찾는 제주 대표 축제로 자리 잡으며, ‘갈치 조합장’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주유탱크 확충, 해녀 수산물 보전 정책 등 어민 생활과 맞닿은 사업도 그의 손을 거쳤다. 김 조합장은 “수협 사업이 잘된다는 건 곧 어민이 잘 산다는 의미”라며 “협동조합은 수익만큼 조합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어민 곁에 서겠다”…김미자 조합장, 중앙회장 도전 포부

다만 어업 현장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기후변화로 어장이 황폐화되면서 어획량은 줄고, 수산물 가격이 불안정해진다. 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오르고, 소비가 얼어붙는다. 결국 상품은 쌓이고 어가 소득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김 조합장은 “어장 환경 변화에 따라 많은 수산생물들이 자취를 감추거나 개체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며 “문제를 해소하고자 회원조합들은 수협중앙회, 해양수산부 등과 긴밀히 협조하여 수산종자방류사업(종패사업), 바다식목일, 바다 환경정화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근시일에 효과를 보기에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당장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어민들을 위해 적극적인 구제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서귀포수협은 내수와 수출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는 쿠팡과 손잡고 로켓배송 신선 유통망을 구축했다. 해외시장에서는 뛰어난 상품성을 무기로 바이어와 접촉하며 판로를 넓히고 있다. 금융 측면에서도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출 만기 연장, 이자 감면을 통해 어민들의 부담을 덜어왔다. 

김 조합장은 “수협은 나의 인생 자체이자 희로애락”이라며  “수협 조합장으로서 어민 소득을 늘리고 권익을 지켜주는 것이 제 사명이다. 앞으로도 어가소득의 증대를 이끌어 어민들의 권익증진에 작은 발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꿈은 이제 서귀포를 넘어 전국 어업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김 조합장은 “서귀포수협 관내 어민들을 위해 발로 뛴 경험이 좋은 결과를 낳았듯, 더 많은 어민들을 위해 힘쓰고 싶다”며 “지역 여성 조직을 키워온 경험과 어민들과의 신뢰가 전국 어업인 전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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