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외신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참석은 김 위원장이 2011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다자 외교 무대에 등장하는 사례여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26개국 정상과 정부 수뇌가 기념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도 포함됐다.
BBC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2019년 이후 6년 만”이라며 “북한 지도자가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1959년 이후 66년 만”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5년 행사에는 최룡해 당시 노동당 비서가 파견됐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등장해 ‘격’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CNN은 시 주석의 초청 명단에서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또 북·중·러 정상이 톈안먼 성루 위에 함께 서는 모습은 “독재 정권 지도자 세 명이 명확한 단결 의지를 드러내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참석을 ‘김 위원장의 다국적 정상 외교 데뷔’라는 점에서 주목했다. 그간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 주석 등과 양자 회담만 가졌고 정상급 다자 외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이번 행사엔 북한과 러시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이란 등 각국 정상 26명이 초청됐다.
외신들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중 관계 복원’이라는 맥락이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NYT는 또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며 무기와 병력을 제공하고 식량·원유·현금·기술을 지원받아왔다며 북·러 관계가 끈끈해 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중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NYT는 “러시아와 밀착을 이어가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드러난다”라고 분석했다.
WP는 중국이 북한의 최대 교역국임을 언급하며 경제난 속에서 평양이 결국 베이징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향후 관계 개산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레이프-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는 WP에 “김 위원장은 힘 있는 위치에서 트럼프와의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시 주석과의 관계를 회복을 원하고 있다”며 “열병식 참석은 이를 위한 아주 눈에 띄는 방법”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