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선 양대 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가 각기 다른 전략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HD현대는 합병을 통해 군함·전략상선 건조 역량을 결집하고, 한화는 현지 조선소 투자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글로벌 방산·상선 시장의 새 판을 짠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HD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기술과 HD현대미포의 독(선박 건조장)을 결합해 미국 전략상선 및 군함 건조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7일 합병된 통합 HD현대중공업은 오는 12월 출범할 예정으로, 이번 합병을 통해 HD현대미포 주주들은 보통주 1주당 0.4059146주의 HD현대중공업 신주를 받게 된다.
HD현대미포는 기존 중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건조하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나 군함 건조에는 기술 및 라이선스 제한이 있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군함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갖췄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 출범을 통해 양 사가 시너지를 냄으로써 미국 마스가 사업 진출에 교두보가 될 것으로 HD현대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합병은 특히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합병을 통해 HD현대미포의 도크 4곳 중 2곳은 군함 건조에, 나머지 2곳은 전략상선 등 상선 건조에 투입돼 마스가 프로젝트와 미국 방산 시장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한화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주축으로 현지 생산에 집중하며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높은 비용 구조와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조선시장에 직접 생산·운영 방식으로 뛰어들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에 7조원(50억달러)을 투입해 생산 능력을 연간 1~1.5척에서 20척으로 대폭 확대한다. 독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 건설하고 40만㎡ 규모의 대형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하는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단일 프로젝트로는 한화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미국 현지 직접 생산과 일감 지원이라는 실질적 투자와 운영으로 미 조선업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내 직접 조선소 운영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되며, 이는 앞으로 함정 건조와 MRO 사업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한화해운을 통한 일감 지원과 중형 유조선 10척, LNG 운반선 1척 발주 또한 조선소 조기 안착을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투자를 두고 “대한민국 조선업이 미국 해양 안보 강화와 조선업 부활에 기여하는 새로운 도전의 길”이라며 한미 조선산업의 상생과 동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영증권 엄경아 조선 담당 연구원은 “한화는 조선업 특화 1500달러를 투자재원으로 활용해 생산성 목표 달성 정도와 투자를 크로스체크하면서 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제조업 현장이 한국 사업장처럼 효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을지가 수익성 확보의 관건”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의 합병에 대해 “기존 두 회사의 여유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수주 확대전략을 세운 것”이라며 “무리한 초기투자 없이 시장 상황에 유연한 대응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기업의 전략적 행보는 K-조선이 글로벌 조선 및 방산 산업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엄 연구원은 “마스가는 자금 파이가 상당한 프로젝트라 두 업체가 뛰어들어도 충분한 사이즈로 보인다”며 “앞으로 양사가 미국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생태계를 형성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