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아닌, 사막화된 땅...기후위기 시대, 교회가 던져야 할 질문 [기고]

사막 아닌, 사막화된 땅...기후위기 시대, 교회가 던져야 할 질문 [기고]

김종우 나무가심는내일 사무총장

기사승인 2025-08-30 17:45:50 업데이트 2025-08-30 18:35:16
김종우 나무가심는내일 사무총장

사막은 원래부터 사막이다. 그러나 사막화는 다르다. 숲과 초원이 있던 땅이 점점 메말라 생명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기후변화와 인간의 활동이 겹치면 땅은 생산성을 잃고, 풀은 더 이상 위로 오르지 못한다. 농업은 무너지고 생태계가 흔들리며, 결국 사람들의 삶까지 흔들린다. 사막과 사막화를 구분해 아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출발점이다.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금 전 세계 토양의 약 75%가 이미 황폐화되었고, 이 추세라면 2050년에는 90%에 이를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식량의 95%가 흙에서 나오는데, 그 흙의 3분의 1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지금도 약 30억 명이 식량 부족의 위험에 놓여 있으며, 해마다 수천만 명이 기후난민으로 삶의 자리를 옮기고 있다. 사막화가 불러오는 첫 충격은 식량과 빈곤이다. 그러나 그 고통은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한 나라가 아니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가난한 나라와 사람들이 먼저 겪는다. 불의는 가장 약한 자리로 향한다.

사막화는 지구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아프리카 사헬지대에서는 해마다 수백만 헥타르의 농지가 버려진다. 중동에서는 사막화와 물 부족이 국경을 넘어 분쟁으로 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된다. 몽골의 사막화 지역에서 일어난 모래폭풍은 베이징 공장지대를 지나며 오염물질을 실어 나르고, 한반도까지 오염 황사로 날아온다. ‘저기’에서 일어난 일이 ‘여기’의 호흡이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몽골에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평균기온이 2.3도 오르면서 국토의 78%가 이미 사막화되었다. 30년 사이 천 개가 넘는 호수와 강이 사라졌다. 가축을 잃은 주민들은 도시로 몰려들었고, 울란바토르 외곽의 게르촌은 기후난민이 모여 사는 빈곤지역이 되었다.

게르촌의 풍경은 낯설다. 언덕마다 천막 지붕이 빽빽하게 이어져 있지만, 그 안의 삶은 제도 밖에 놓여 있다. 등록되지 않은 이들은 몽골이 보장하는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에서 배제된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아픈 몸을 치료할 길도 찾기 힘들다. 어른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쓰레기장에서 플라스틱을 주워 빵 한 조각으로 바꾸기도 한다. 난방과 물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공급망에서 제외되어,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막에서 밀려난 삶이 도시 변두리에서 또 다른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 목회자들과 함께 사막화된 초원을 걸었다. 멀리서 보면 여전히 풀밭 같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니 풀들이 땅에 납작 붙어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었지만, 바람이 불어도 파도처럼 흔들리지 못했다. 생명이 위로 오르지 못하고 땅속으로만 파고드는 풍경이었다. 그 앞에서 목회자 한 분이 짧게 말했다. “생명이 이렇게 밀려났다는 것이 충격입니다.” 말은 짧았지만, 침묵은 길었다.

잠시 후 우리는 ‘한국교회의 숲’ 조성지로 향했다. 점적관수 시설 속에서 자라난 나무들이 숲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고, 그 곁에서는 새 묘목이 심어지고 있었다. 조금 전, 초원에서 본 절망의 풍경이 남아 있었기에, 삽을 박고 묘목을 세우는 손길 하나하나가 더 깊게 다가왔다. 흙을 덮고 물을 주는 작은 동작마다 기도가 배어 있었고, 땀방울마다 결단이 담겨 있었다.

묘목을 심던 한 목회자가 고백했다. “사순절 금식과 절제를 이어왔는데, 이제 그 절제를 탄소 절제와 나무심기로 잇겠습니다.” 또 다른 이는 말했다. “이건 노동이면서 동시에 기도입니다.” 나무심기는 더 이상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사막화 방지와 기후위기 대응의 자리에서, 믿음이 몸으로 고백되는 방식이다. 작은 나무 한 그루, 또 한 그루가 모일 때 교회의 선교는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교회를 세우는 선교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마음으로 숲도 세워야 한다. 나무 한 그루는 탄소를 흡수하는 지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여름의 그늘, 겨울의 연료, 바람을 막는 방풍, 토양을 붙드는 뿌리, 열매를 통한 소득,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터전. 숲은 복음을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사막화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식탁 위에, 아이들의 내일 속에, 교회의 현장 안에 들어와 있다. 응답은 크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분명해야 한다. 오늘 심는 한 그루가 내일의 밥이 되고 피난처가 되고 또 공동체의 약속이 된다. 사막화된 땅을 교회가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가 심는 한 그루가 그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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