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에 전속채널 맞먹는 GA…‘대형사만 살아남나’

급성장에 전속채널 맞먹는 GA…‘대형사만 살아남나’

대형 보험사 중심 GA 확대 박차
 수수료 개편안·노란봉투법…중소GA에 직격탄

기사승인 2025-09-02 06:00:05


보험대리점(GA) 업계가 급속한 성장세 속에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보험판매수수료 개편안과 노란봉투법 등 비우호적인 규제가 맞물리며 향후 GA시장은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GA 소속 설계사 수는 28만8446명으로 보험사 전속설계사(18만4468명)의 1.5배를 뛰어 넘었다. 초회보험료 기준 매출 점유율도 방카슈랑스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전속채널과 보험중개사를 앞질렀다. 

 대형 보험사 중심 GA 확대 박차

대형 보험사들은 자회사 GA를 키우는 방식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생명은 2021년 경영 효율화와 판매력 강화를 위해 1만8000여 명 규모였던 전속 영업조직을 자회사인 한화금융서비스로 이관했다. 그 결과 2024년 말 기준 설계사 수는 3만1000명으로 제판분리(상품개발·판매 분리) 당시(2021년)보다 67% 늘었다. 삼성생명 역시 약 4만명의 전속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별도로 운영 중인 GA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 시장이 워낙 크게 성장하면서 이제는 보험사들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GA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회사 수준의 책임을 부여하는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가 도입되면 위상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단순 대리인 지위를 넘어 독립적 금융회사로서 GA는 보험사와 수수료율·사업비·보험료 등에 대해 직접 협상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회와 금융위 보험개혁회의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GA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처럼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도 전문 판매사 중심으로 보험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수료 개편안·노란봉투법…중소GA에 직격탄

하지만 잇따른 규제 변화는 GA 업계에 부담이다. 특히 판매수수료 개편안 시행은 중소형 GA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1200% 룰’의 GA 적용 △2년 이내 일시 지급하던 판매수수료를 최대 7년까지 분할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선지급 수수료를 줄이고 분할 지급을 확대해 설계사의 과도한 경쟁과 이직을 억제하고 계약 유지율을 높이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보험계약 체결 이후 단기간에 판매수수료 지급이 집중되는 현 제도가 설계사 불완전판매를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GA 업계는 개편안이 설계사 소득 감소와 경영 악화로 직결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험대리점협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개편안 시행 시 GA 연매출은 약 2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소득이 줄어든 중소형 보험사와 일반GA 설계사들은 더 많은 보상을 제시할 수 있는 자본력 있는 대형 GA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대형 GA가 인력 확보에서 우위를 점하며 업계 재편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GA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있는 큰 대형 GA나 보험사 자회사 GA들이 더 유리해지고, 업계도 그쪽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역시 GA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분류된 설계사도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고, 원청 보험사에 대해 단체행동을 벌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GA 업계는 현재 노조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이번 제도가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감독원도 GA 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판매수수료 지급에 대한 엄격한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건전한 GA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위탁계약 관리체계를 내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가 GA 시장의 건전성을 높여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윤석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설계사 입장에서 단기 수입이 줄면 무리한 판매를 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개인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오히려 분납제 등 제도 도입되면 설계사들이 계약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