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비 원베일리”…서울에 부는 ‘통합재건축 바람’

“워너비 원베일리”…서울에 부는 ‘통합재건축 바람’

브랜드 가치·집값 상승 효과
전문가 “조합원 간 합의 우선”

기사승인 2025-09-03 06:00:08 업데이트 2025-09-03 09:24:07
서울 아파트들의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 재건축 시장에 ‘통합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가까운 단지를 묶어 대단지로 개발하면 브랜드 가치와 집값 상승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어서다. 다만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어 전문가들은 “합의가 우선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는 통합재건축을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에서는 경남·우성3차·현대1차 아파트(경·우·현)가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우성1차아파트와 쌍용2차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통합재건축이란 가구 수가 적거나 사업성이 부족한 개별 단지들을 하나로 묶어 재건축하는 걸 말한다. 재건축 과정에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주를 대규모로 함에 따라 자잿값이나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통합재건축을 진행하면 단독 재건축보다 11% 정도의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브랜드 아파트 유치가 쉽고 고급 설계 도입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수익성과 시공 효율성 측면에서 대단지 사업을 선호한다. 또한 단지가 커짐에 따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확보, 상대적으로 낮은 관리비, 기반시설 확충 등의 이점도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지난 2023년 8월 준공된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가 꼽힌다. 신반포3차(1140가구)와 경남아파트(1056가구)를 합쳐 2990가구 단지로 재건축한 단지다. 약 30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를 구성한 래미안 원베일리는 국내 고가 아파트 중 하나다. 지난달 6일 전용면적 101.97㎡(41평형, 20층)가 82억1000만원에 지난 7월에는 116.95㎡(46평형, 33·23층)가 91억원, 92억원에 거래됐다.

이에 서울 곳곳에서 통합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입주가 시작된 서초구 메이플 자이(3307가구)도 신반포 8~11·17차, 녹원한신, 베니하우스 등을 통합재건축했다. 송파구 ‘잠실 르엘’도 미성아파트, 크로바아파트 2개 단지를 통합해 재건축한 바 있다. 잠실 르엘은 1순위 청약에서 110가구 모집에 총 6만9476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631.6대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통합재건축은 단독 재건축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단지마다 대지 지분, 가구 수 등이 달라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하기 쉽고 단지별로 의견이 일치하기가 어렵다.

여의도 목화아파트와 삼부아파트는 통합재건축을 추진했지만, 한강 조망에 대한 의견이 조율이 안돼 각각 단독 재건축으로 돌아섰다. 강남구 경남·우성3차·현대1차 아파트(경·우·현)도 용적률이 165%, 204%로 차이가 커 단지별로 수익(분양)과 비용(지출)을 따로 정산하는 독립정산제를 주장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양지마을의 경우 지하철역과의 거리 등을 이유로 일부 단지 소유주들이 기존 거주 단지 위주로 우선 배정받는 ‘제자리 재건축’을 주장해 갈등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통합재건축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통합재건축 결정에 앞서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로 다른 단지끼리 재건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이익 분배, 분담금 등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간의 충분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단지 내에서도 재개발이 추진되면 평형대에 따라 지분이 달라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면서 “하물며 서로 다른 단지 간에는 갈등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민간사업이라 이해관계자 간의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