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병원 소속 의사인 제가 추천하는 제품이면 불편함이 해결됩니다. 저를 믿으세요.”
요즘 SNS를 중심으로 ‘S대 출신 의사가 추천하는 영양제’, ‘현직 약사가 추천하는 영양제’ 등의 문구를 활용한 광고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과거에도 전문가를 내세운 홍보가 많았지만, 온라인에 확산 중인 영상은 AI로 만든 가짜 의사·약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짜 의사·약사를 활용한 광고 영상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님이 SNS에서 의사·약사가 추천하는 영양제라는 영상을 보고 제품을 주문했더니 연잎차 티백이 왔다”, “어디서 제조했는지 모를 영양제가 배송돼 약국에 갔더니 각인도 없고, 위험하니 복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이처럼 AI로 만든 가짜 전문가가 등장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의사단체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사를 사칭하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광고가 의료인의 명예를 실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해 AI로 생성한 의사를 활용한 홍보 영상에 대응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AI로 만든 가짜 의사가 영양제를 추천하는 광고의 문제는 실제 의료기관이나 사람이 없어 제재할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AI를 이용해 거짓 정보로 일반 국민을 속이는 행위에 대응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조하며 AI로 만든 가짜 광고 게시물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과거에도 SNS를 통해 영양제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가짜 콘텐츠가 더 빨리 퍼지고 있다”며 “전문가의 권위를 빌어 일반인을 속이는 사기 행위를 막기 위해 식약처와 협력하고 있지만, 제품마다 담당부서가 달라 빠른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AI 광고가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온라인에서 퍼지는 의약품 관련 불법 광고는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이 차단할 수 있지만, 행정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가짜 광고의 심각성은 파악하고 있지만, 대부분 식품 광고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리기 어렵다”며 “어떤 규정을 적용해서 처벌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제품 구매 전에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방문해 상담받으면 AI 광고에 현혹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건강 관련 제품들은 전문가와 대면 상담한 뒤에 구매하길 추천한다”며 “온라인에서 본 의사와 약사가 아닌 병원과 약국을 찾아 진짜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다면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