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복잡·엄격한 플라스틱 분리수거' 플라즈마로 간편하게

[쿠키과학] '복잡·엄격한 플라스틱 분리수거' 플라즈마로 간편하게

기계연, 플라즈마 이용 폐플라스틱을 에틸렌과 벤젠으로 전환
혼합 폐플라스틱 한 번에 재원료화 성공

기사승인 2025-09-03 09:15:49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100% 수소 플라즈마. 한국기계연구원

다양한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구분하고 비닐라벨을 제거하는 과정 없이 화학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기존 폐플라스틱은 소각, 소각 후 열회수, 물리적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 형태로 처리했다. 이중 화학적 재활용률은 경제성이 떨어져 1% 미만에 불과했다.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혼합 플라스틱은 반드시 엄격한 선별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재활용공정 적용이 어려웠다. 

일반 플라스틱 열분해는 450~600℃에서 진행되며, 이 경우 100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혼합된 물질이 생성되고, 실제 활용가능한 화학물질은 전체의 20~30%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월 발효된 순환경제사회 촉진법에 따라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개발 및 사업화 조기 달성이 필요성이 대두됐다.

유럽은 폐플라스틱의 30%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려는 목표로 규제에 착수함에 따라 우리나라 석유화학 업계도 대규모 기술개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바꾼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대학들이 참여한 ‘플라즈마 활용 폐유기물 고부가가치 기초원료화 사업단’에서 폐플라스틱을 종류에 따른 엄격한 선별과정 없이 플라스틱 원료로 되돌리는  플라즈마 전환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의 번거로움과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국내 화학산업과 친환경정책에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수소 플라즈마 실증설비. 한국기계연구원

사업단이 개발한 기술은 혼합 폐플라스틱을 플라즈마를 이용해 에틸렌과 벤젠으로 전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플라즈마는 고온에서 전기적으로 활성화된 기체 상태로, 기존 열분해보다 훨씬 빠른 반응속도와 높은 에너지전달 특성을 갖는다.

기계연 연구팀은 세계 최초 100% 수소를 사용하는 고온 플라즈마 토치를 개발,  혼합 폐플라스틱을 1000~2000℃ 초고온에서 0.01초 이내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반응온도와 시간 제어로 생성되는 물질은 플라스틱 제조의 핵심 원료인 에틸렌과 벤젠으로, 반응공정에 투입한 물질에서 전환된 화학물질 가운데 원하는 화학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선택도는 70~90%, 에틸렌 수율은 70% 이상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제 과정 후에는 99% 이상 고순도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사업단은 플라즈마 공정 초고온에서 빠른 분해로 고분자 구조를 효율적으로 깨뜨리고 고온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소 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100% 수소 기반 운전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장기 운전 안정성이 높아지고 부산물 왁스와 경질 탄화수소도 동시 처리할 수 있어 전체 생성물의 80% 이상을 재활용 가능한 에틸렌과 벤젠으로 선택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기존 열분해에서 활용이 어려웠던 왁스까지 80% 이상 선택도로 전환해 에너지 효율까지 높였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1% 미만인 국내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전망이다.

또 이는 소각 대신 재활용이 가능해 탄소배출 저감효과가 크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사실상 없는 시스템 개발도 가능하다. 

아울러 파일럿 운전에서 경제성을 입증했고, 생산된 에틸렌 단가는 기존 에틸렌 원료 가격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실제 사업단에서 개발한 기술에 소요되는 전기에너지는 feed 1㎏ 당 2~4㎾h로, 폐플라스틱애서 회수한 에틸렌 수율은 80%에 이르는 만큼 산업용 전기를 반응공정에 사용해도 생산된 에틸렌의 가격이 기존 가격 범위에 들어올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내년부터 국내 실증 사이트에서 장기운전 검증을 진행,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송영훈 사업단장은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일부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신재생에너지 출력 제한 문제도 완화될 수 있고,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사실상 사라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며 “실증과 사업화로 폐기물과 탄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대훈 기계연 질소자원화전략연구단장은 “이번 연구에서 공정기술과 함께 여러 요소기술을 확보,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온실가스 처리와 고품질 소재생산 등으로도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를 설명하는 최종보고회는 오는 5일 기계연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기계연은 2022년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의 혁신도전 프로젝트 사업으로 ‘플라즈마 활용 폐유기물 고부가가치 기초원료화 사업단’을 운영, 혼합 폐플라스틱을 플라즈마 공정을 통해 높은 선택도의 C2 단량체로 전환하는 공정기술과, 이 과정에서 도출된 요소기술의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한국기계연구원 폐유기물기초원료화사업단 연구팀. 한국기계연구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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