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24%는 어디로?…입대·개원 선택한 전공의들

사라진 24%는 어디로?…입대·개원 선택한 전공의들

미복귀 전공의 중 절반은 군입대‧입대대기
전공의 복귀에도 인기과‧비인기과 인력 차는 그대로

기사승인 2025-09-04 06:00:09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곽경근 기자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인턴과 레지던트 7984명이 복귀해 전체 전공의 수가 지난해 3월 기준 76.2% 수준을 회복했다. 수련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은 약 24%의 전공의들은 입대 혹은 병의원 취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지난 2일 공개한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에 따르면 인턴(1년차)은 1564명, 레지던트(2~4년차)는 6420명이 지원해 총 1만305명이 수련병원으로 돌아왔다. 이는 2024년 3월 임용 대상자였던 1만3531명과 비교하면 76.2% 수준이다.

복지부가 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으로 전체 전공의 수가 지난 2024년 3월 기준 76.2% 수준을 회복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은 약 3000명의 전공의 중 절반은 군 복무 또는 입영 대기자로 알려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약 800명이 군의관으로 입대했으며, 입대 대기 인원은 약 2500명이다. 정부가 미필 전공의에게 입영 연기 등의 특례를 부여했지만, 이미 입영 통지서를 받은 이들은 병원 복귀 대신 올 연말이나 내년 입대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절반은 전문의 수련을 포기하고 지역 병의원 취업을 선택했다. 의료계는 전공의 모집률이 소아청소년과 13.4%, 흉부외과 21.9%, 가정의학과 24.2%에 그친 배경에는 전공의들의 수련 포기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지역 한 의대 교수는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 소식을 들어보면 수련을 포기하고 지역 병의원으로 가거나 개원을 선택했다”며 “과거 수련하던 전문과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복귀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전공의 복귀로 의료기관 인력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필수의료 분야로 꼽히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여전히 위기에 놓였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내과는 64.9%의 모집률을 기록했으나 안과·영상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등은 90% 이상 정원을 채웠다. 인기과와 비인기과 간 인력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를 두고 하반기 모집 과정에서 필수과 전공의 일부가 인기과로 이동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다른 교수는 “하반기 모집 과정에서 입대 등으로 인기과에 빈자리가 생기자, 비인기과 전공의가 전문과로 지원한 경우가 있었다”며 “기존 인력도 빠지는 일이 벌어지면서 의료 대란 이전에도 컸던 인기과와 비인기과 간 인력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정책적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인력 양극화, 필수의료 붕괴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며 “수가 현실화와 의료인의 사법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의료사고 특례법 같은 대책이 제때 시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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