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직원이 2년간 밤낮 번역한 시각장애 영유아 양육서 탄생

대구대 직원이 2년간 밤낮 번역한 시각장애 영유아 양육서 탄생

김형진 행정실장, ‘시각장애 영유아의 발달과 육아’ 한국어판 번역
일본인 저자와 인연으로 무보수로 450쪽 분량 번역 및 출간 화제

기사승인 2025-09-04 16:13:40
대구대 장애학생지원센터 김형진 행정실장이 ‘시각장애 영유아의 발달과 육아’의 일본어판과 한국어판 책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대 제공

대구대학교의 한 행정 직원이 2년여 동안 무보수로 번역한 일본 장애 전문 서적이 한국어로 출간됐다. 

대구대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김형진(55) 행정실장이 일본의 전문서적 ‘시각장애 영유아의 발달과 육아’를 한국어로 옮겨 지난 1일 출간했다고 4일 밝혔다. 

평범한 대학 직원이 무보수로 450쪽에 달하는 전문서를 옮긴 것은 드문 사례다.

이 책은 시각장애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와 돌봄 제공자에게 현실적 지침을 제공하는 안내서로, 일본 도쿄도 심신장애인복지센터의 10년간의 연구와 관찰을 토대로 1980년 출간된 ‘육아수첩’을 2023년 재구성한 개정판이다.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사례와 원리를 담고 있어 한국어판 출간의 의미가 크다.

번역 계기는 일본인 사회복지사 오카다 세쓰코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오카다는 도쿄에서 상담사와 교수로 활동하다 80대에 한국으로 건너와 대구에서 아동보호 시설을 운영했으며, 김 실장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그와 교류했다. 

코로나19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오카다는 연구진과 함께 ‘육아수첩’을 개정하면서 김 실장에게 한국어판 출간을 제안했다. 

그러나 출판사들의 외면으로 무산 위기에 놓이자, 김 실장이 직접 번역에 나서면서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독립출판사 빈서재와 일본 출판사 영지사가 동참했고 결국 한국 출간이 성사됐다.

김 실장은 일본어 전공자가 아니었지만 꾸준히 학습해왔다. 야간과 주말을 반납하며 2년 동안 번역을 이어갔고, 지난 6월 말 원고를 완성해 9월 1일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대구대 유아특수교육과 학과장이자 한국유아특수교육학회 회장인 백상수 교수가 서문을 쓰고, 일본 연구진과 오카다도 응원 메시지를 전하며 의미를 더했다.

책은 영아기부터 유치원 시기까지 발달 단계별로 부모와 돌봄 제공자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담았다. 

시각장애 아동의 자율적 탐색, 오감 활용, 놀이 중심 발달, 언어 발달, 생활 자립과 사회 통합 등 다섯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구성돼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다.

김형진 행정실장은 “대학에서 장애학생 지원 업무를 하다 보면, 우리 학생들이 영유아 시기에 제대로 된 교육과 생활 지도를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장애가 있든 없든, 필요한 시기에 알맞은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아이들의 발달과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전문적인 이론서를 넘어, 시각장애를 지닌 영유아 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참고서로서 더 큰 가치를 지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산=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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