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폐점 알았다” 혼돈의 홈플러스…입점 점주·소비자 ‘분통’ [현장+]

“뉴스로 폐점 알았다” 혼돈의 홈플러스…입점 점주·소비자 ‘분통’ [현장+]

가양점 등 10개 점포 12월 폐점…직원들 “아직 전달받은 내용 없어”
입점점주 “이주비‧보상비 터무니없어…매장은 언제까지 비워야하나”
소비자도 아쉬운 목소리…본사, 순차적으로 소통 진행 예정

기사승인 2025-09-04 17:23:01
연내 폐점이 예정된 홈플러스 가양점에 한 소비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다빈 기자

“저희도 기사를 보고서야 폐점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직 회사 측에서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그저 지켜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홈플러스 가양점 직원 A씨)

지난 3월부터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연내 15개 점포에 대해 폐점을 확정했다. 임대료 조정 협상이 결렬된 점포들로, 결국 연내에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4일 기자가 찾은 홈플러스 가양점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해당 점포는 12월 폐점 대상 10개 점포 중 하나다. 평일 낮임에도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직원들과 입점 점주들은 갑작스러운 12월 폐점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가양점은 당초 내년 5월까지 순차적으로 폐점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연내로 앞당겨졌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과정에서 과도한 임대료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68개 임대 점포 중 50여 곳에서 조정 합의를 이끌어내며 수익성 개선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15개 점포는 임대료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는 이들 점포의 영업손실만 약 80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700억원 이상이 임대료에서 비롯돼 조정 없이는 손익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인가 전 M&A’ 역시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폐점 대상 15개 점포 가운데 오는 11월16일 가장 먼저 문을 닫는 곳은 △수원 원천 △대구 동촌 △부산 장림 △울산 북구 △인천 계산 등 5개 점포다. 이어 12월에는 가양점을 비롯해 △시흥 △일산 △안산고잔 △화성동탄 △천안신방 △대전 문화 △전주완산 △부산 감만 △울산 남구 등 10개 점포가 영업을 종료한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따라 3개월 내 점포를 정리해야 하는 입점 점주들은 회사의 후속 안내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주 비용과 보상금이 어떻게 책정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가양점에 입점된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본사에서 이주 비용으로 200만원을 지원한다고 들었지만 직접 계산해 보니 실제 이주 비용만 최소 1000만원은 들어 턱없이 부족하다”며 “특히 우리 점포는 회원제 구독 형태로 운영돼 미리 예치금을 낸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이 9000만원에 달하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송하라’는 식으로 나오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보상금은 직전 3개월 영업이익 평균치의 3배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회생 절차로 인해 매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 그마저도 적은 금액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가양점이 문을 연 당시부터 매장을 지켜왔다는 한 점주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먼저 살길을 찾아 매장을 정리 중인 사장님들도 많다”며 “손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지만 이전에 본사나 점포 측으로부터 폐점 관련 안내를 받은 바는 없다”고 전했다.

매장을 운영한지 7개월 남짓 됐다는 또 다른 점주는 “무엇보다 언제까지 매장을 비워야 하는지 명확히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인근 점주와 직원들 역시 “폐점과 관련해 아직 어떠한 안내나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하 2층 식당가에는 이미 3개의 점포가 정리되어 비어 있었다. 홈플러스가 오후 11시 또는 자정까지 운영해오던 68개 점포의 영업시간도 오후 10시로 단축하기로 하면서 곳곳에는 '9월 10일부터 영업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로 변경된다'는 안내문도 비치돼 있었다. 

홈플러스 가양점 내부 전경. 이다빈 기자

“마트는 이곳뿐인데” 소비자도 당혹…본사 “순차적 소통 예정”

가양점에서 근무하던 임직원들과 소비자들 역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폐점 점포 직원들의 고용을 100% 보장하고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논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홈플러스 직원 A씨는 “우리 매장 폐점 소식을 뉴스 기사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과장급 직원들로부터도 직접 전달받은 게 없고, 안내문이나 공문도 내려오지 않았다. 회사의 공식 입장을 빨리 듣고 싶다”고 호소했다.

비영리 단체 소속으로 가양점에서 장애인 주차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B씨는 “우리는 홈플러스 직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점포가 문을 닫으면 아마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게 될 것 같다”며 “하지만 이곳 직원들은 어떻게 될지 몰라 뒤숭숭하다. 우리와 같은 협력업체 직원들 뿐만아니라 아니라 홈플러스 직원들까지 보상 문제를 정확히 알지 못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폐점 소식조차 알지 못해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가양점 인근에 등촌주공 등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폐점을 결정했다는 데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고 나오던 50대 C씨는 “몇 년 전 이마트 가양점이 문을 닫으면서 이 근처에 남은 대형마트가 홈플러스뿐이었는데, 이마저도 몇 달 뒤 문을 닫는다니 앞으로 장을 어디서 봐야 할지 막막하다”며 “근처에 이렇다 할 시장이나 동네 슈퍼도 많지 않은데, 여기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폐점 결정을 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 다른 소비자 40대 D씨는 “폐점된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몰랐다”며 “폐점 이후에는 그냥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직원들과 점주들의 폐점 안내와 관련해 본사 관계자는 “점주분들에게 공문을 보내 소통을 막 시작한 상황이라 순차적으로 추가 소통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기에 보상금 등 관련된 내용도 논의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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