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저조’ 실손 청구 간소화…2단계는 다를까

‘참여 저조’ 실손 청구 간소화…2단계는 다를까

기사승인 2025-09-08 06:00:27
금융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법정회의체인 실손전산시스템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내달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2단계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참여기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참여율은 절반을 웃도는 수준으로, 공공기관인 보건소를 제외하면 25.6%에 불과하다. 참여 기관 확대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10월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적용 대상이 의원·약국 등 약 9만6000곳으로 확대된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 약 7800곳을 대상으로 제도가 우선 도입됐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병원을 방문해 진단서 등 종이 서류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현재까지 병원 1085곳, 보건소 3564곳, 의원 1862곳, 약국 1290곳 등 총 7801개 요양기관이 참여해 참여율은 59.4%다. 보건소를 제외하면 25.6%에 불과하다. 디지털 청구 시스템 ‘실손24’ 가입자 수도 약 178만명에 그쳐 전체 실손보험 피보험자 4048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손24와 연계된 요양기관이 적어 서비스 만족도가 낮은 점이 가장 큰 제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실행될 2단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계된 의료기관의 참여 확대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가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9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5%는 “실손24 참여 병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료계와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의료계는 특정 중개기관인 보험개발원에 정보가 집중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과 보험사 데이터 독점 우려가 커진다고 지적한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정보가 한 곳에 집중되면 개인정보 오남용 위험이 커지고, 공공 의료정보가 민간기관에 집중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보험사가 청구 간소화를 통해 자사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 등 요양기관에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수수료를 받는 EMR 업체들도 경제적 유인 부족을 이유로 소극적이다. 일부 업체는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확산비·유지보수비 등을 지원받고 있음에도 일부 EMR 업체가 청구 건당 1100원 수준의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EMR 시장은 상위 3개 업체가 약 50%를 점유하는 과점 구조로, 병원의 환자 기록 관리가 EMR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해당 업체가 전산화를 지원하지 않으면 병원 역시 제도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관계기관은 요양기관과 EMR 업체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내년 1월부터 연말까지 청구 전산화에 참여하는 병원 및 약국에 신용보증기금 보증부 대출의 보증료를 5년간 0.2%포인트(p) 감면한다. 오는 11월부터는 의사·병원배상책임보험, 화재보험, 재산종합보험 등 일반보험료를 3~5% 할인할 예정이다.

또 청구전산화에 참여하는 EMR에는 ‘실손24 연계 인증마크’를 부여해 요양기관이 EMR 업체를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용 EMR 앱을 통해서도 청구전산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EMR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안착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경재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 편의성과 혜택 확대 차원에서 적극 시행돼야 한다”면서도 “의료기관 참여율 저조, 개인정보 유출 우려, 보험료 인상 가능성 등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비용 부담과 시스템 연계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사회적 합의가 병행돼야 제도가 실질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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