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기대…韓 제도·규제·안전망 보완 필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기대…韓 제도·규제·안전망 보완 필요

기사승인 2025-09-08 18:34:24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이 기념품으로 수령한 빨간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에도 서명해줬다”고 밝혔다. 백악관 제공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실무 협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측 동의를 얻어 협의체가 가동되면, 2018년 이후 중단됐던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가 7년 만에 재개될 전망이다. HLBC 재가동은 이미 2022년 윤석열 정부 시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바 있다. 

8일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번 실무 협의체 가동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소 협력 강화와 관련 협정 개정에 관해 포괄적으로 동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가 될 전망이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31일 동아일보를 통해 “미국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측면에서 우리가 더 많은 여지를 갖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가급적 일본과 유사한 권한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이 유능한 원전 협력 파트너로 진출한다면 미국이 우리에게 자체적인 역량을 발휘할 공간을 주기가 쉬울 것”이라 말했다.

우리 정부가 개정의 핵심 의제로 내세운 부분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 비확산 원칙상 우리나라는 미국 동의 없이는 관련 활동을 수행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국내에서의 직접 농축 및 재처리 수행이 제한된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핵연료가 전량 해외에서 조달되고, 사용후 핵연료도 임시 저장에만 그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 방송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농축을 통해 우리도 연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 왔다”며 “협정을 개정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미국과 합의하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협정 개정에 앞서 국내 준비가 충분한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농축·재처리에 관한 인허가 제도나 정책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았고, 미국이 우려하는 핵물질 군사 전용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도 미흡한 상황이다. 이는 협상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개정이 성사되더라도 지속가능한 협력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프랑스나 영국 같은 제 3국에 우라늄 위탁재처리 방식을 거치게 되는데, 현재 그 뒤 절차에서 국내에 우라늄을 반입해 활용하는 과정에 매번 미국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자율적 에너지 발전 경쟁력 확보와 이용 가능성을 확대를 위해선 일본 수준의 내적 조건을 갖춰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한국의 원자력 기술과 에너지 안보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기에 협정 개정을 위해선 정치, 외교적 해법 이전에 이러한 내부 체계와 역량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결국, 국내 에너지 체계 구축 측면에서 실질적 변화가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문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통합된 핵연료주기 정책 수립이나 구체적인 이행계획, 규제 체계가 부족한 상황이라 보완이 필요하다”며 “핵물질의 군사적 적용을 막는 안전조치나 물리적 방호 체계, 안전 규제 체계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식 협상’ 스타일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거래 기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거래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신뢰관계 재구축을 강조했다. 이어 “양국 수요에 부합하는 산업협력에 집중하려면, 단순 자금, 인력 교환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산업 지형 전환이 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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